수주한 금액도 대어급이지만 속살은 더욱 알차다. 그동안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 수주 패턴을 벗어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5개 회사가 각개약진하지 않고 3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게 수주와 채산성 확보에 주효했다. 컨소시엄 구성은 공사규모가 크기도 했거니와 협력과 상생의 정신을 발휘한 결과로 평가할 만하다. 우리 업체 간 경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과도한 저가 수주 경쟁은 서로 자제했다고 한다.
수억달러짜리 해외 플랜트 공사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국내 건설회사는 줄잡아 10여곳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시장에서 우리 건설업체들은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 덤핑 수주 경쟁은 물론이고 상호 비방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발주처들이 가격 2위 업체와 접촉해 더 낮은 가격을 써내라고 은근히 농간을 부릴까. 발주처의 상식 밖 처사도 문제지만 우리 업체 간 과열·출혈경쟁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지난해 대형 건설업체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한 것도 해외공사 저가 수주의 독배를 마신 결과다.
쿠웨이트 프로젝트 수주는 우리 건설업체가 해외시장에서 가야 할 길을 보여준 전형이다. 모처럼 발휘한 협업정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대형 일감을 따낸 해당 업체들도 건설 과정에서 자재와 인력·장비조달 측면에서 협력해 수익성 극대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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