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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모래바람·지열 속 "공기 맞추자" 새벽부터 '비지땀'

대우건설이 알제리 부그줄에 건설 중인 '한국형 신도시' 건설현장. 아프리카 지역에 사실상 처음으로 건설되는 한국형 신도시다. 현장 직원들이 상하수도, 전기 시설 등이 함께 들어가는 공동구를 건설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남쪽으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차로 약 350여㎞를 달리자 ‘부그줄’이라는 지역에 이르렀다. 알제에서 느꼈던 지중해의 신선한 바람은 사라지고 사하라사막의 거친 모래바람이 밀려든다. 이 거친 모래평원이 알제리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신(新) 행정도시로 개발하는 ‘부그줄 신도시’다. 대부분의 인구가 집중된 북부 지중해 지역에서 탈피해 알제리 정부가 남부의 사하라사막 일대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육성하기 위한 전초기지다. 그늘 하나 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지열 속에서는 반가운 한국 건설업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대우건설 직원들이다.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신도시 부지에 공사를 위한 막사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지만, 현장은 이 같은 주변 환경을 둘러볼 틈조차 없어 보였다. 이칠영 대우건설 부그줄 신도시 현장소장은“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 5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직원들이 교대로 투입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실상 최초의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 사업은 현재 도로와 상ㆍ하수도를 놓는 기반시설 공사가 약 15%의 공정률을 보이며 서서히 도시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건설, 이제는 북아프리카로= 알제리ㆍ리비아ㆍ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국내 건설업체들의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북쪽에 자리한 이들 국가는 대부분 석유ㆍ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며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접경지에 자리잡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1960년~1970년대 수준의 개발만 이뤄져 잠재력도 풍부하다. 특히 알제리의 경우 석유(세계 14위), 천연가스(세계 8위) 등 자원 매장량이 풍부한데다 한국의 신도시를 본 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우리 건설사에는 메리트다. 현재 알제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5개 신도시 사업 가운데 부그줄, 부이난 신도시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시디압델라 신도시를 경남기업 컨소시엄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도 최근 우리 정부와의 외교문제가 일단락되면서 현대건설ㆍ대우건설 등이 다시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등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원호 대우건설 알제리 지사장은“알제리와 리비아 시장을 넘어 모로코 등 인근 지역으로까지 수주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플랜트 수주가 앞으로의 목표= 최근 북아프리카에서 국내 업체들의 주요 공략 대상은 신도시 개발과 더불어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산업이다. 강신영 해외건설협회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2실장은 “북아프리카 플랜트 시장은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유럽 업체들이 독식해왔으나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ㆍ일본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의 아르주 산업공단 인근에서 진행중인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프로젝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알제리 정부의 의지와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국내 업체의 도전 정신이 맞아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이 비료공장은 알제리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원료로 고체 비료를 만들어 수출하기 위한 시설이다. 총 24억 달러 규모의 공사로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설계와 구매를 맡고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현장에서는 지중해의 광활한 밀밭을 하루 7,000톤의 비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료공장으로 바꾸기 위해 대형 크레인들이 쉴새 없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밥룰 압둘 카페르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발주처 현장소장은 “이 프로젝트는 한국 업체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한국 업체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 앞으로 알제리 정부와 함께 일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업 불확실성 해결이 과제= 업계는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조만간 국내 건설사들의 대형 공사 수주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모로코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공사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알제리에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료공장 수주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들 지역은 우리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전망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알제리의 경우 1990년대‘암흑의 10년’이라 불리던 내전이 종식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슬람 무장세력과 정부간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리비아도 기본적으로 반미 성향의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언제든 외교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개발 법규 등이 아직까지는 후진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노한춘 경남기업 시디압델라 신도시 현장주재 임원은 “신도시 개발 지역에 위치한 기존 주택들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보상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사업 기간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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