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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일출에 가슴속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듯한 감격에 젖었다.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7시17분 동해 울릉도 상공.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순간 F-15K 편대는 열추적 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 '플레어'를 10발씩 발사하며 좌우로 흩어지는 기동을 선보였다.
후방석에 탄 기자의 온몸에 체중의 4배에 달하는 중력이 가해졌다. 다리 끝으로 몰리는 혈류와 몸에 실리는 압력을 완화해주기 위해 착용한 'G슈트'가 복부와 하반신을 꽉 조여왔다. F-15K 전투기 조종사들은 작전 수행 시 최대 9배의 중력을 견뎌야 한다.
공중조기경보기인 피스아이와 합류한 편대가 기수를 동쪽으로 돌려 대관령을 넘으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건설된 스키 점프대와 알펜시아 리조트가 보였다. 백두대간의 능선 위에는 흰색 풍력발전기 수십 대가 수수깡으로 만든 바람개비처럼 힘차게 돌았다.
공대공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피스아이는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으로 향하는 F-15K 편대와 평창 상공에서 헤어졌다. F-15K 편대는 왼손 손가락을 펼친 듯한 모습의 '레프트 핑거 팁' 대형을 갖춰 시속 650㎞까지 속도를 높여 서해 연평도로 향했다. "아래에 보이는 조그만 섬들은 모두 북한 지역입니다." 북방한계선(NLL)의 섬뜩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F-15K 편대는 2시간40여분의 한반도 전역 초계 비행을 마치고도 연료가 넉넉했다. F-15K는 체공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독도나 이어도에서도 1시간 이상 작전할 수 있다. F-15K 비행시간만 1,500시간이 넘는다는 14년차 베테랑 조종사 이상혁 소령은 "사실 초계 비행을 하며 바깥 풍경을 즐길 여유는 없다"며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는 자부심이 자칫 자만심이 되지 않도록 늘 자신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대구=국방부 공동취재단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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