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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용관리 출발은 기업가정신

[시론] 신용관리 출발은 기업가정신 김규복 코딧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정해준 짝과 결혼하는 것을 미풍양속으로 여겼다. 결혼상대에 대한 정보는커녕 결혼식장에서 처음 얼굴을 보는 것이 예사였다. 지금 젊은이들은 어디 상상이나 할 일이겠느냐마는 예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풍습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거래도 옛날 결혼풍습과 닮은 점이 많다. 투명하지 않은 기업 정보와 실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재무제표만 믿고 상거래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결혼상대자의 얼굴도 모르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신랑 신부의 처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우리 중소기업의 회계처리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매출액을 터무니없이 낮게 신고하고, 차입금과 어음 발행 내역은 누락되기 일쑤였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이익을 낮추거나 아예 적자로 만들기도 했다. 회삿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회삿돈이었다. 그야말로 주머닛돈이 쌈짓돈인 시절이었다. 회계자료 투명성 확보는 기본 회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 정도로 여겨졌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엉터리 회계처리가 어느 정도 용인됐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신용거래와 신용대출이 활성화할 수 있었겠는가.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있었던 일이고 아직도 그 잔재가 일부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BIS비율(BaselⅡ)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적용되고 이에 따라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신용대출이 더 어려워 질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부 조달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에서 신용등급에 따라 거래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바뀌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투명한 신용거래에서 중소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용이 자산이고 신용이 담보인 시대, 신용만 있으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신용등급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우선 회계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신용등급을 양호하게 받기 위해서는 재무제표의 내용 못지않게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재무비율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재무제표의 기초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당장은 불리한 정보라도 모든 거래를 빠짐없이 기록해서 공개해야 한다. 차입금 누락, 재고자산 과대계상, 허위증자 등을 애교로 봐주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앞으로는 단 한번의 분식회계가 '영원히 믿을 수 없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될 수도 있다. 비재무적 신용정보는 평소에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재무적 신용평가 요소는 다양하다. 거래처 관리는 철저한지, 거래대금 지급 조건은 양호한지, 경영진에 대한 종업원들의 평가는 어떤지, 대표자의 사회ㆍ윤리적 평판에 문제는 없는지 등 매우 많다. 특히 아직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비재무적 신용평가 요소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코딧(KODIT)신용보증기금이 적용하고 있는 신용평가시스템(CCRSㆍCorporate Credit Rating System)도 비재무적 신용평가 요소를 큰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들 비재무적 평가 요소의 특징은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쌓을 때는 오랫동안 공들여야 하는 반면 한 순간의 방심에도 공든 탑이 무너지듯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재무적인 신용 관리를 위해서는 '신용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노력의 산물'이라는 믿음을 갖고 평상시에도 꾸준하게 철저히 관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재무적 요소도 중요성 높아져 신용관리의 출발점은 치열한 기업가정신이다. 신용평가나 기업대출 담당자를 가장 참담하게 만드는 것을 꼽는다면 대출받은 기업가가 운영하던 사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사업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일이다. 이때에는 금융기관의 손실로 인해 담당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말고도 패배감과 함께 때로는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금융기관 담당자들은 기업가가 영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장 중요시한다. 특히 우리 시대의 중소기업인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속의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적인 기업가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신용 관리에 관한 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지금 과도기에 있다. 과거 관행과 새로운 흐름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오히려 남들보다 앞장서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더 빨리,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6/10/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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