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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8월 28일] 그루지야의 반면교사

그루지야 사태는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약소국의 생존이 얼마나 힘든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리더십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전쟁은 지난 7일 그루지야가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자국 영토 내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아를 공격하자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의 패권주의가 드디어 마각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막강한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호시탐탐 제국 부활을 꿈꿔온 러시아를 깨우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오판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혹자는 “러시아가 미끼를 던졌고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그걸 물었을 뿐”이라며 그를 옹호하지만 그렇다고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남오세티아를 점령하고 버티기만 하면 러시아가 국제여론을 의식해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착각했다. 그는 또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이 전략적 요충지인 그루지야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더구나 그루지야는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까지 한 미국의 확실한 우방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그루지야 곳곳을 폭격해도 군사적 개입만은 거부하고 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 입장에서는 후견인이라 믿었던 미국에 버림을 받은 셈이다. 특히 미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뉴욕 법률회사에서 일한 경력까지 떠올리면 그가 처한 입장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은 그루지야 사태로 신냉전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달리 자원ㆍ종교ㆍ민족주의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어 골치 아픈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행보를 통해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자국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것 없이 우방국만을 기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대외관계에서 균형감각 있는 외교력을 발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인식해야 한다. 그루지야 사태는 우리나라에 좋은 반면교사의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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