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많고, 지역별 학력수준 편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은 강남ㆍ북부ㆍ강서 등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우는 지역의 성적이 다른 지역에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밀집학교를 중점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원ㆍ학부모단체가 서열화와 학교간 경쟁을 심화시킨다며 반발하고 있어 학력공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 고학년일수록 기초학력미달 비율 높아 교과부는 지난해 10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생 총 19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평가 결과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로 분류된 학생 수는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전체의 2.4%에 해당하는 1만5,000명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은 10.4%(6만9,000명), 고등학교 1학년은 9.0%(4만4,000명)으로 다소 높게 나왔다. 이는 상급 학교일수록 교과목의 난이도가 높은데다 입시위주의 학사운영으로 인해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전국 180개 지역 교육청 가운데 기초 학력 미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은 최대 30% 포인트 차이가 나는 등 지역간 학생들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3학년의 영어과목을 보면 서울 강남은 보통학력이상 학생비율이 84.6%로 34.4%에 불과한 전북 무주보다 50.2%포인트나 높았다. ◇ 서울 강ㆍ남북간 격차 커 서울지역의 경우 대치동ㆍ목동ㆍ중계동 등 입시학원이 밀집해 있는 강남ㆍ강서ㆍ북부교육청의 성적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좋고 강남ㆍ북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은 초6, 중3 성적에 있어 국어ㆍ영어ㆍ수학ㆍ사회ㆍ과학 등 5과목 모두에서 보통학력이상 학생이 가장 많고 기초학력미달은 가장 적었다. 초6 학생의 경우 강남은 영어 과목에서 보통이상이 95.1%로 1위였고, 강서(87.4%), 북부(87.1%)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동부(77.0%)는 강남과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며 꼴찌를 기록했다. 중3 학생도 강남은 영어의 경우 보통이상이 84.6%로 가장 비율이 높았고, 2위인 북부(70.2%)와도 14% 넘게 차이를 보였다. 꼴찌인 강북지역의 성북(53.5%)과는 3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타났다. 기초미달은 강남은 3.6%에 그쳤지만 남부는 11.2%에 달했다. 이 밖에 이번 조사결과 경기 성남ㆍ안양ㆍ용인시를 비롯해 울산광역시, 경남 거제시 등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농촌이나 저소득계층이 많은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기초미달학생 밀집학교 집중지원… 전교조 '반발' 교과부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올해와 내년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를 중점 지원하고, 오는 2011년부터는 학업성취도 향상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올해는 우선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 1,200여 개를 선정해 학습보조 인턴교사 인건비와 대학생 멘토링에 필요한 장학금, 학력증진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학교당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시ㆍ도교육청은 교과부 차원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해소 방안과 별도의 대책을 17일 발표한다. 한편 교과부가 사상 처음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에 대해 전국교직원노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이날 “초ㆍ중ㆍ고 학교간 성적이 공개돼 앞으로 학교 서열화로 인한 학교ㆍ지역간 무한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안병만 교과부 장관 일문일답
"학력 미달학생 많은 학교 집중 지원" 전국 초ㆍ중ㆍ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지역 간에도 편차가 크지만 같은 지역 내 학교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교육적 여건이나 지역적 특성이 유사한 지역 내 학교 간에도 교육과정이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등 학교장 리더십과 교사들 열정이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 교육청 관내 학교 가운데 A중학교는 국어ㆍ수학ㆍ영어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각각 0.7%, 0.7%, 0.4%로 미미했지만 C중학교는 35.4%, 29.5%, 24.8%나 됐다. 강남 A중학교는 독서ㆍ토론ㆍ논술 교육을 강화하고, 방과후학교,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 활성화로 높은 학업성취 수준을 달성했다고 분석됐다. 특히 전북 임실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사회ㆍ과학ㆍ영어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이 '제로(0)'로 나타나는 등 전북의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여 주목 받았다. 임실군은 교육장과 학교장이 학부모를 설득해 모든 학교가 매일 오후6시까지 방과후학교와 보육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영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역교육청 주도로 영어체험학습 센터와 생활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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