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동안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유럽이지만 최근 아동 비만 등의 사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만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사회단체들은 패스트푸드 등 식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성분 공개와 어린이 대상 광고 제한 등의 압박을 가하고 있고, 식품 업체들도 비만을 줄이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강조하면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럽소비자연합(BEUC)은 24일(현지시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업체 광고에 다양한 규제를 가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한 법안 마련 등을 추진하기 전에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의 식품 정책 자문관인 바바라 갈라니는 “기업들의 자체 노력을 지켜본 뒤 향후 일정을 정해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어린이들에 대한 식음료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라니는 또 “영양 정보의 경우 상품 뒷면에 상세한 설명을 담도록 하는 것 외에 제품 앞면에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간단한 문구 등을 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짐에 따라 유럽 식품 업체들도 비만 줄이기에 적극 동참할 것이란 의지를 밝히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식음료업체연합(CIAA)은 영양성분에 대한 라벨링을 강화하고 어린이들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삼가는 등의 자율적인 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CIAA에는 코가콜라, 네슬레, 크라프트, 다농 등 유럽 주요 식음료 업체들이 대부분 가입해 있다. CIAA 회장이자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인 장 마틴은 “지금까지 유럽 업체들은 비만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비만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영양 성분의 구체적 명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린이들로 하여금 당장 식음료 상품을 사먹도록 유인하는 식의 공격적 광고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광고 문구에 ‘바로 지금’이나 ‘오직’ 등의 단어 사용을 배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맥도널드는 식품의 내용물과 품질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유럽 정부와 사회 단체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갈 계획이다. 맥도널드는 다음 주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BEUC의 갈라니는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의 건강ㆍ소비자 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로비를 통해 법적인 규제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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