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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미식(美食)의 시대'다. '먹방'(먹는 방송)·'쿡방'(요리 방송) 등의 신조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상 속 언어로 자리 잡았으며, 샘 킴·최현석·백종원 등의 스타 셰프들도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방송가를 장악했다.
지난 23~24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공원에서 열린 '2015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 같은 '미식 열풍'이 정점을 찍은 현상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케이블 요리전문 채널 올리브TV가 주최하는 이 축제에서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맛집의 요리와 디저트를 맛보는 것과 동시에 스타 셰프들의 요리 시연도 즐길 수 있었다. TV를 통해 간접적으로 즐기던 '먹방'과 '쿡방'을 한 자리에서 직접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음식'이 주인공, 먹고 즐기는 도심 속 이색축제="햇빛이 엄청나네요. 이러는 동안에도 접시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어요." 셰프 샘 킴이 야외 조리 환경에 익숙지 않은 듯 당황한 목소리를 내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며 요리를 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샘 킴's 함께 쿠킹'을 진행하는 그는 지난 23일 오후 2시 '2015 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에 참석해 관객들과 함께 연어 샌드위치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흔치 않은 경험에 관객과 셰프 모두 시종일관 들떠 보였다. "여기는 제가 토마토만 잘라도 박수를 보내주시네요." 샘 킴이 요리를 하는 중간중간 즐거운 듯 말을 하면 관객은 어김없이 더 큰 환호로 답을 했다.
한 편에서 이 같은 요리 시연이 펼쳐지는 사이 다른 편의 인파들은 서울 시내 맛집으로 꼽히는 음식점들의 대표 메뉴들을 맛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번 축제에는 올리브TV의 인기 맛집 프로그램 '테이스티 로드'가 엄선한 14개의 레스토랑과 디저트 가게가 부스를 차리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4만~5만원 상당의 유료 티켓을 구매한 손님들은 이중 최대 7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맥주와 음료는 무료다.
친구와 함께 축제를 찾았다는 직장인 김선미(29)씨는 "음식을 즐기다 배가 부르면 나가서 라이브 음악 등을 감상하고, 그게 질리면 다시 음식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는 이 여유로움이 맘에 쏙 든다"며 "음악·영화 축제에 질려가던 차에 음식 축제의 존재가 반갑고, 누구나 좋아할 것 같아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고 싶다"고 말했다.
◇3회만에 안착, 세계 미식축제 뒤이을 수 있을까=올리브 푸드 페스티벌은 지난 2013년 10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처음 열렸고 지난해 서울 마리나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아직 3회차라 미숙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성장세는 뚜렷하다. 실제 첫회 3,400명이 방문하는데 그쳤던 축제는 올해 그 3배에 가까운 1만명의 인파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미 맛집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해 회차당 800장, 총 3,200장만을 한정 판매한 유료 티켓이 판매 3분만에 몽땅 팔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대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속 축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이런 '올푸페'의 형태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세계적 푸드 페스티벌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 매년 6월 세계 미식가들을 런던으로 불러 모으는 '테이스트 오브 런던'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다만 이 축제로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참여 레스토랑의 규모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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