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작가 발굴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작가전이 오는 9월 29일까지 강남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3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명품 기업 에르메스 재단은 메세나 프로그램으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미술가들에게 시상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지난 2000년 제정, 올해 14회를 맞았다.
그 동안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들이 이 상을 받았으며 올해는 나현, 노순택, 정은영이 후보로 선정돼 전시회를 열고 있고 오는 9월 10일 최종 수상자를 발표한다.
인문학적 고찰을 지속해 온 나현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를 쌓아 만든 베를린의 '악마의 산(토이펠스베르그)'이라는 지역과 서울의 난지도를 바벨탑의 유적으로 가정해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적 시도를 진행했다. 작가는 "역사에 대한 해석 혹은 하나의 피사체를 놓고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며 "현재는 미완성인 난지도 프로젝트를 완성해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되짚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전쟁과 분쟁 이데올로기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노순택 작가는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연평도 사건을 들여다본다. 그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불타버린 보온병을 '포탄'이라 외쳤던 에피소드에서 착안해 분단 세대의 현실을 꼬집는다. 그는 연평도 사건 이후 현장의 다양한 사진들과 분단 이후 정치적 사건들을 빼곡히 기록한 분단 캘린더 등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표현했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정은영 작가는 지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한 '여성국극프로젝트' 연장선에서 '정동의 막'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작가는 그 동안 여성 국극에서 남성 역할을 담당한 대표적인 여성 연기자, 이소자ㆍ조영숙ㆍ이등우 선생의 무대 안과 밖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재조립해 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작가는 "여성 국극 배우들이 반복적인 훈련 행위를 통해 남성성을 수행하면서 서서히 남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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