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이 문을 닫았다. 중소기업이 건물을 매입해 사옥을 짓는다고 한다. 17년간 이어온 소극장 뮤지컬의 산실인 학전그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소극장'이란 용어가 쓰여지게 된 것은 서구 현대연극의 시발이 됐던 앙드레 앙투안이 세운 '자유극장(1887년)'부터다. 당시 그는 기성연극의 상업주의에 반기를 들었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연극양식을 추구하는 실험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러한 연극정신은 유럽 전역에 퍼졌고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소극장이 출발하게 된 동기부터가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연극에 반대하는 데 있었던 만큼 소극장은 그 근본정신이 연구와 실험, 그리고 반 기성 연극운동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럽의 소극장 정신을 이어받아 활발한 소극장 운동을 전개했고 오늘날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로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소극장은 한국 연극사의 근간이라 할 수 있겠다.
학전그린소극장의 폐관은 신체 이상을 알리는 징후와도 같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로에 나타났었다. 연구와 실험, 반 기성 연극은 대학로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대학로 외곽으로 이미 밀려났고 재미와 흥미 위주의 연극과 뮤지컬이 하나둘씩 장기 공연하면서 소극장을 하나씩 차지해가고 있다. 소극장이 상업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소극장 연극이 난해하고 어렵고 일반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해 외면당한 결과라고 혹자는 얘기한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연극계의 활동을 조명하지 못하고 자본과 상업주의에 휩쓸려 그들의 활동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사회 현상의 책임도 한몫한다고 본다.
공연 티켓의 50%를 판매하고 있는 인터파크만 해도 메인 페이지에는 소극장 연극을 찾아보기 어렵고 소셜 판매 대행업체인 티몬에서도 소극장 연극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판매 거부를 당한 경우도 있다.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ㆍ블루스퀘어 같은 곳에 대기업 협찬과 후원이 뒤따르고 있고 언론은 대형 뮤지컬이나 대극장 연극, 스타가 출연하는 연극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의 모든 현상이 상업주의와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한 포퓰리즘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학전그린소극장 폐관을 통해 한국 연극과 소극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새롭게 지어진 중소기업 사옥에 학전그린소극장이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재개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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