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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갈등 유발형 대통령과 치유형 대통령

갈등 치유 없이 미래 없건만 역대 대통령 조장 또는 악용<br>대립ㆍ분열 치유는 시대 소명 새 정부, 대화합에 힘 쏟아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고별연설에서 '5년간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정치는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이기에 그렇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의 평가를 수용하고 대응해야 마땅하건만 MB는 떠나는 순간에도 자기중심적이다. '나 하나 욕먹어 나라가 컸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오만 섞인 현실인식 부족까지 엿보인다. 막대한 가계부채와 치솟는 물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마당에 '나라가 컸다'니! 씁쓸하다.

이명박 정부의 평가항목에 반드시 현재진행형으로 포함돼야 할 사안이 하나 있다. 사회적 갈등에 대한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5년간 갈등구조가 심화했는지 나아졌는지 어떤 평가가 나올까. 전자를 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일본 국왕에 대한 과도한 고개 숙임에서 촛불시위, 감세와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대통령 친인척 비리, 내곡동 사저사건을 거치며 불신과 갈등구조는 나아진 게 보이지 않는다. 역사는 그를 '갈등 유발형 대통령'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MB의 전임자인 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갈등 유발형 대통령에 속한다. 평검사들과 대화를 자청할 만큼 갈등구조를 인식하고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애썼지만 그런 노력마저 새로운 갈등을 낳은 게 사실이다. 정치적 극한대립과 갈등을 넘어서겠다며 제의한 대연정 제안도 또 다른 대립으로 이어졌다. 재임 초기 대선에서 승리한 여당인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으로 분열됐다는 점 역시 갈등을 유발한 사례다.

갈등의 치유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미국 독립을 전후한 시기에 싹튼 북부 상공인과 남부 대농장주 간 이해대립은 1세기 넘게 증폭되며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 이전까지 북부보다 우월했던 남부의 경제력은 1970년대에 비로소 북부의 수준에 이르렀다. 2차대전시에는 미육군의 주력전자인 M-4 셔먼 전차에 남부를 파괴한 북군의 셔먼 장군 이름이 붙었다고 탑승을 거부한 남부출신 병사가 적지 않았다. 증오는 질기다.



갈등과 대립, 증오는 좀처럼 봉합되기 어렵기에 역사는 이를 극복한 리더를 위인으로 기억한다. 종교를 4번이나 바꿔가며 신구교도 간의 갈등을 관용으로 풀려고 힘쓴 앙리 4세는 역대 프랑스국왕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롤모델로 지목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도 국교도와 가톨릭, 국왕파와 귀족파 간 갈등을 하나의 에너지로 묶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기초를 닦았다. 거대 재벌과 금융가들로부터 '빨갱이'라고 매도 당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가주도형 경제개발과 전시지도력으로 전후무후한 4선 대통령의 기록을 남겼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갈등을 치유한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 중에 경제개발과 외환위기 극복 같은 공적을 남겼어도 정치적으로 지역 감정을 조장하거나 이용하지 않은 분은 없다. 지역 감정에 더해 시간이 흐를수록 계층 간 대립과 갈등 역시 커져만 간다. 가히 갈등공화국으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인의 심성에는 본디 분열인자가 자리잡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월드컵 축구 시즌이면 남녀노소가 붉은 옷을 입고 한마음으로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는 집단심리의 밑바닥에도 분열이 아니라 하나로 뭉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다.

시대는 갈등을 치유할 지도자를 원한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박 당선인에게 기대하지만 대선 후 지금까지의 행보로만 보면 마뜩지 않다. 국무위원 인선을 비롯한 주요 결정, 청문회를 바라보는 당선인의 시각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갈등 치유의 첫걸음은 당선인이 선거에서 강조했던 대로 대탕평과 화합의 정신에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흉탄에 여읜 박 당선인은 정치인으로서 행복한 결말을 맺기 바란다. 갈등 치유의 기반을 닦는다면 5년 뒤 퇴임을 앞둔 대국민 고별연설도 냉소와 실망이 아니라 존경과 사랑을 받으리라.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미래가 맡는 게 아니다. 정치란 현재진행형이 선사하는 감동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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