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연휴 탓에 기자에게 올 설은 여느 때보다 힘겨운 귀성ㆍ귀경길이었다. 곳곳에서 밀리는 길 탓에 답답하고 짜증도 났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가는 길이 그리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지 1년. 지난 한 해 정신 없이 뛰어다녔던 현장들을 돌이켜 보면서 부동산시장에 밀려드는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시장의 변화는 곳곳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뉴타운'이다. 뉴타운은 재개발ㆍ재건축이 개발이익을 통한 '한몫 챙기기'로만 여겼던 과거 개발시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각각의 탐욕들이 부딪히면서 공동체는 무너졌고 투기ㆍ불법ㆍ비리가 판을 쳤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탐욕을 키워주면 표심을 샀고 그렇게 10여년 동안 쳇바퀴 돌듯이 똑 같은 일들이 반복됐다. 지난 2009년 용산 참사는 재개발 사업의 어두운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결국 부동산 경기침체로 촉발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표류는 서울시 등 일산 지방자치단체의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뉴타운 출구전략 역시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행 과정에서 구역 해제 여부를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비용 부담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ㆍ주민 간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4대강 살리기'사업 역시 효과를 둘러싼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커다란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의 당위성을 떠나 국토를 가로지르는 4대강 정비를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계획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임기 내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조급함이 과거 시대와 같은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사업의 긍정적 측면조차 묻힌 채 청문회ㆍ국정조사 대상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거대한 개발 공약을 통해 표심을 자극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대의 개발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전환기 부동산, 그리고 국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차분히 실천해나가는 새 정부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