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투자에는 ‘뛰어난 스토리 텔링’이 있다. 그러나 그럴 듯한 스토리 텔링이 반드시 성공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항상 이야기 거리가 된다. 스토리 텔링에 속지 말자는 의미는 그 반대 경우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듣기 좋은 이야기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옛날 얘기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것은 무용담이다. 용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한 기사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나는 용감한 기사, 옆 집 순이는 어여쁜 공주가 돼 있다. 스토리 텔링의 함정은 이야기 속의 나와 현실의 나를 시공간을 떠나 동일시 하는데 있다.
“아무개가 운용하는 펀드있지? 투자한 종목마다 대박이래”
“뭐야? 어떤 종목이길래?”
“그게 말이지…”
대박 주식을 골라내는 유명한 펀드매니저에 대한 신화, 스토리 텔링은 이런 식으로 시작하곤 한다. 휴가 가던 길을 일부러 우회해서 투자한 호텔 체인점에서 하루 밤 묵고 갔다는 피터 린치의 일화는 “저런 사람이라면 믿고 돈을 맡기겠다”는 환상적 신뢰감을 만들어 낸다.
한국에도 ‘잠시’ 피터 린치 같은 영웅들이 있었지만, 그만큼 명성을 이어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여의도에 있는 수 많은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투자전략가들이 피터 린치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10번 투자해서 8번을 성공하고, 단 2번 실패했는데, “바로 그 2번이 내가 돈을 맡겼을 때”인 경우다. 왜 잘 한다는 선수, 수익률이 좋다는 펀드에 내가 돈을 맡기면 손실이 날까? 과거의 찬란한 성공 스토리는 어디로 갔을까?
스토리 텔링은 ‘성공한 과거’를 재료로 ‘불안한 현재’의 고객에게 ‘불확실한 미래’라는 요리를 팔 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사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사람의 몸과 마음, 행동과 생각 패턴은 구석기 시대 이후 변한 것이 없다. 현재의 인류는 진화 생물학적으로는 구석기 시대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와 늑대에 맞서 생존 경쟁을 하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같은 사람일 뿐이다. 인류의 지식이 발달했다고 해도 한 치 앞 미래를 볼 수는 없다. 맹수를 피해서 따뜻하게 자고, 배불리 먹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미래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필요했다.
인류가 개발해낸 방법은 ‘스토리’다. 어느 날 부족 남자들이 사냥을 나갔다가 커다란 멧돼지를 잡았다. 배불리 먹었다. 감사의 뜻으로 대지의 신에게 멧돼지 머리를 제물로 바쳤다. 그 다음 사냥도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 사냥을 나갔던 부족장이 크게 다쳤다.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대지의 신이 노한 것이다. 멧돼지 머리가 사냥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처럼 믿게 된다. 스토리는 사냥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불확실한 미래, 사냥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심리적 위안은 된다.
투자에 대한 스토리 텔링이 구석기인들의 미신적인 제사와 어떻게 같단 말인가. MBA 출신 투자 전략가는 투자 대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 미래 수익에 대한 전망, 수학적인 기대 수익을 계산해서 투자 제안서를 만든다. 분석, 전망, 기대는 미래를 예측하는 행위다. 스토리 텔링은 그런 뜻에서 구석기인들의 제사와 본질적으로 같다. 미래는 열려 있고, 영웅적인 스토리 텔링은 과거의 성공에 기반한다.
“과거의 운용실적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 M자산운용사 ‘글로벌인컴펀드’ 제안서의 고객 주의 사항 중에서
/대안금융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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