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증이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술기준이나 표준이 요구하는 성능에 충족하는지 여부를 보증하는 활동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정강제인증제도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제공, 기업활동 및 산업촉진을 위한 법정임의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기술기준(technical regulation)과 KS표준으로 알려진 '한국산업표준'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기술기준에 의한 법적 강제인증과 KS인증을 동시에 받고 있다. 동일제품에 대해 양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통적인 시험항목을 상호 인정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불필요하거나 중복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해 효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이 바로 '중복시험 상호인정'인 것이다.
기업체는 중복시험·인증에 소요됐던 비용과 시간을 연구개발(R&D)투자 등 보다 생산적인 요소에 투입할 수 있고 시험인증기관의 입장에서는 시험인증 서비스의 고급화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게 가능하다.
2012년 기준으로 시험인증 서비스의 세계 시장은 153조원, 국내 시장은 세계시장의 5.4%인 8조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017년도에는 세계 시장이 221조원, 국내 시장은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험인증제도는 '규제'를 넘어 하나의 '산업'이며 국가 간 무역에서는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무역상 기술장벽(TBT)'이기도 하다.
정부는 '중복시험 상호인정'을 통해 국가시험인증제도의 선진화를 이루고 국가시험인증기관들은 글로벌 기관을 능가하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던 법정시험인증 수수료 현실화 등 앞으로 넘어야 할 많은 사안들이 있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가시험인증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이 국내에서도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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