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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20일] 신규채용 꺼리는 금융공기업

일반적으로 노사 간의 임금협상 결렬은 노조가 사측에서 제시한 임금수준과 근로기준 요건에 만족하지 못해 협상 테이블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권 노사협상에서는 정반대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금융권 노조는 정부가 목청을 높여 부르짖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신입사원 초임을 1년간 20% 삭감하고 기존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대신 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의 임금삭감과 동결로 마련된 자금으로 신규 채용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 수립했던 신규 채용보다 10%가량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런데도 협상은 결렬됐다. 결렬 원인은 정부가 수립한 융통성 없는 가이드라인에 얽매인 금융공기업의 태도 때문이었다.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자산관리공사(캠코)ㆍ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은 직원 신규 채용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은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융통성 없는 일자리 나누기 캠페인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물론 제조기업에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정부는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경우도 자본확충펀드ㆍ채권안정펀드ㆍ구조조정기금 등을 취급하는 부서는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일손이 모자라 밤늦게까지 사무실 불을 밝히고 있다. 보증업무가 넘쳐 나는 신용보증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는 일률적으로 공기업 신규 채용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인력운용에 여유가 있는 부서는 인력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손이 모자라는 부서에는 인력채용을 늘려줘야 한다. 정부는 공기업 군살을 뺀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부가 명분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공기업부터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동참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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