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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故 딘 헤스 대령이 남긴 세 가지 흔적

전쟁 고아의 아버지 명성

초기 한국공군 훈련 맡고

'신념의 조인' 문구 첫 사용

1·4 후퇴 와중에도 고아 1,000여명을 구출한 딘 헤스 중령이 제주도에 도착한 한국 고아들을 살피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딘 헤스 미 공군 예비역 대령. 지난 3일(현지시간) 98세를 일기로 사망한 그는 정작 미국보다 한국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한국에 대한 그의 공헌은 크게 세 가지. 무엇보다 한국 공군의 전력 강화에 기여했다. 6·25 전쟁 초기 한국 공군에 P-51D 무스탕 전투기를 공급하고 교육하는 '바우트 원(Bout one) 작전'의 실무 책임을 맡아 단시간에 한국의 공군 조종사들이 미 공군의 기체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두 번째는 고아 보호.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수많은 고아들을 살렸다. 그가 고아들에게 주목하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목사 안수를 받았으나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자원입대해 유럽 전선에서 조종사로 근무할 때 독일 고아원을 오폭했다는 죄책감에 한국 고아들에게 눈을 돌렸다.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1·4 후퇴를 앞두고 그와 미군 군목들이 돌보던 서울의 고아 1,000명을 갖은 고생 끝에 제주도로 후송했다. 고아 수송을 위해 미 공군이 차출한 일본 주둔 대형수송기(C-54) 16대가 적의 포격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고아들을 기다려 전원을 구조한 '고아 구출 작전(Kiddy Car Airlift)'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사상 초유다. 유례없는 인도주의적 작전은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인간정신의 승리로 장식하고 그에게는 각종 훈장과 명성을 안겨줬다. 훗날 책자와 영화(전송가·Battle Hymn)로 인한 수익의 상당액을 그는 한국 고아들에게 돌렸다.



고아 구출의 주역은 헤스 중령(당시 계급)이 아니라 군목이던 러셀 블레이스델 대령이라는 반론과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공군 속에 살아 숨 쉰다. 그의 세 번째 흔적이 남은 곳은 바로 공군의 군가인 '필승 공군'. '하늘 높이 솟구쳐라 신념의 조인, 오늘도 내일도 하늘 지키며 젊음을 불태워…'

필승 공군 가사 중 '신념의 조인(信念의 鳥人)'은 그가 교관이자 조종사로 한국전쟁에서 몰던 한국 공군 소속 P-51D 무스탕 전투기 18번기에 써놓은 문구다. 이승만 대통령이 열악한 장비로도 빛나는 전공을 올린 한국 공군을 격려하기 위해 내려준 친필 휘호라는 사료도 간혹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헤스 중령에게 영문 'By faith, I fly'를 번역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한국 공군 정비요원들은 여러 문구를 생각한 끝에 '신념의 조인'이라고 번역, 오늘날까지 공군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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