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초인 지난 1월7일.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1980년 언론통폐합에 대해 국가가 사죄하고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신(新)군부가 당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공권력을 강압적으로 행사, 서울경제신문 등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언론인을 해직했는데 이에 대해 국가가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가기관이 이런 평가를 내놓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서 50일이 채 안돼 이번에는 국회가 1980년 통폐합된 언론사와 해직 언론인의 배상을 위한 법적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물꼬는 일단 야당에서 텄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2월25일 '1980년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 피해자의 명예회복ㆍ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의원 42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피해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법적인 근거를 두겠다는 것이다. 방식은 '특별법'의 형식으로 두고 있다. 특별법으로 만들어 기한에 상관없이 소급적용을 받도록 해 적절한 구제가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민주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전 의원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연초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한 잘못된 조치였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법안 마련을 시작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잘못된 조치는 제 아무리 긴 시간이 흘렀더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당시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교훈을 되새겨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언론사의 강제 통폐합과 언론인 해직 사건이 비록 30년이 지났지만 반드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지고 넘어가야 잘못된 역사의 반복이 없다는 이야기다. 눈에 띄는 것은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이전에 여러 국회의원들이 내놓았던 법안과는 달리 '통폐합 언론사'에 대한 보상도 포함시켰다 점이다. 전 의원은 "당시의 조치로 언론인뿐만 아니라 언론사 자체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면서 "해직 언론인에 대한 명예회복뿐만 아니라 통폐합된 언론사에 대한 명예회복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의 국회통과는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당장 내년부터 예산확보 등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전 의원은 "특별법안 제출도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이 난 뒤 50일을 넘기지 않으려 애를 썼다"면서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해당 상임위에서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관련 특별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상정해 6월까지는 처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법안 처리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13ㆍ15ㆍ17대 국회)에도 해직 언론인의 명예회복 및 배상에 대한 특별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바 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지됐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미 국가기관(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국가의 사죄와 피해 구제를 권고한 만큼 법안처리 명분은 충분하고 심도 있게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 차원의 구제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하면서 정부 차원의 보상 방안 검토에는 들어갔지만 이를 위한 별도조직이나 배상범위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관련 법안의 제정은 시급한 것도 현실. 전 의원은 "특별법안을 국회 차원에서 조기에 마련하고 통과시켜야 할 필요성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과의 협조에 대해서는 "국가가 판단한 사안인 만큼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나라당 역시 비슷한 법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큰데 상임위에서 최대한의 협조와 협상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 의원이 제출한 특별법안은 모두 12조로 구성돼 있는데 국무총리 산하에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통해 1980년 해직언론인에 대한 피해배상은 물론 당시 국가에 의해 강압적으로 통폐합 된 언론사들에 대해 배상절차를 밟도록 했다. 또 위원회는 심사를 2013년 6월30일까지 마치도록 시한도 정했고 피해 언론사에 대한 배상 범위와 방식은 위원회가 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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