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둔화·자산버블 시달려 美추월은 20년 이후에나 가능
러 모험주의·IS세력 확장 등 세계경제 리스크로 작용 전망
한국 中과 경제 유대 이어가되 美와 확고한 안보동맹 바탕
한미일 공조로 北리스크 대비를
"기축통화 다극화를 뜻하는 '브레턴우즈 3.0' 시대는 앞으로 20년 안에 열리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중국 위안화의 태환 가능성, 자본시장의 풍부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 감소, 법규정비 등의 해결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세계적인 정치·외교학 석학인 조지프 나이(78·사진)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언젠가는 위안화가 달러화·유로화 등과 더불어 주요 통화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5주년을 맞아 최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최소한 2050년까지는 군사력·소프트파워 등의 측면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력 측면에서도 중국이 성장둔화 국면에 들어간데다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자산 버블, 막대한 부채 등에 시달리고 있어 미국을 추월하려면 20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전략에 따른 중국의 반발에도 양국이 상호경쟁을 잘 관리하고 공개적 충돌은 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중심축'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 중국은 대중 봉쇄 전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정책은 중국 봉쇄가 목적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이나 남중국해의 사태 악화 등을 대비해 좋은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중국을 세계 경제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펴왔다. 양국은 잠재적인 협력 분야를 많이 갖고 있다. 특히 북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 공조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할 가능성은 없는가.
△중국 국방비 지출이 늘었지만 미국의 군사력에 주요 도전자가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력 측면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2차대전 이후 절반 가까이에서 1970년대 이후 25%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과 네트워크 자원은 중국보다 훨씬 더 뿌리가 깊다. 심지어 미국의 권력자원이 감소하더라도 최소 2050년까지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유지될 것이다.
-경제 측면에서는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 수많은 교역 파트너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1인당 소득은 미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수출품의 대다수는 저가품이고 기술력을 자체 혁신이 아닌 해외 기술 모방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성장률 7%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얘기하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앞으로 3.9%까지 후퇴할 것으로 본다. 지금 중국 경제는 미국보다 강하지 않고 언제 추월할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이 성장 모델 전환 실패, 빈부·민족갈등 등의 문제 때문에 결국 분열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는데.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 고성장을 구가하던 많은 나라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중국도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자산 버블, 공공·민간 부문의 부채, 환경파괴, 고령화와 노동력 인구감소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대 불확실성은 정치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1만달러에 도달한 국가들은 정치적 참가 요구에 직면한다. 하지만 성장 붕괴나 정치적 불안정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1~2년 내 지정학적 문제를 포함해 세계 경제에 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
△러시아는 유럽 등 글로벌 질서에 진정한 위협 요인이다. 우크라이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발틱해 상공과 북해에 군용기를 보내는 등 냉전시대의 전략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경제적·지정학적 영향력이 쇠퇴한 반작용으로 점점 더 위험한 모험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는 시리아·이라크 정부의 약화로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인) '이슬람 국가(IS)'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은 국제 정치·외교 측면에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다.
△세력균형 이론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최상의 해결책은 먼 권력과 동맹을 형성하는 것이다. 남한은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 유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은 한중 간 우호적인 경제관계는 이해하지만 한미 안보관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종군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북한이라는 최대 위험 요소에 직면해 한미일 간 밀접한 공조가 필요하다. 미국은 막후에서 은밀하게 작업 중이고 때로는 공개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한다. 한국과 일본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21세기의 과제보다는 1930년대 과거에 매몰된 것은 슬픈 일이다. 올해 안으로 개최되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과거를 뒤로 남기고 오늘날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집중할 것이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한국은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 자위권 법안 통과가 군국주의 회귀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일본인들을 포함해 누구도 일본이 1930년대 군국주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는 집단자위권을 강화하려는 아베 정권의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는 없고 오히려 환영하는 기류이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은 중국 부상을 반영해 자기 방어를 위해 정상 국가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본다.
-북한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는데 체제 붕괴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 체제의 붕괴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김정은은 젊고 경험이 없다. 또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똑같은 무자비한 성향을 보여준다. 언제라도, 어떤 방식의 붕괴든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그런 예측불허의 돌발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다.
-한국이 중국 제조업과 일본의 첨단 기술에 사이에 끼여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됐고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도한 비관론이다. 한국처럼 1인당 소득이 높은 수준에 이를 경우 모든 국가의 성장률은 하락한다. 다만 한국은 그 딜레마를 감소시키기 위해 교육과 혁신에 더 나서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를 쓴 나라 가운데 하나다. 반세기 만에 최빈곤 국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고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전 세계 다른 나라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다.
■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 파워·스마트 파워' 이론 창시한 세계적 석학… 美외교정책 영향력 막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