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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떳떳하게 경영권 승계하는 신세계
입력2006-09-07 17:00:19
수정
2006.09.07 17:00:19
[사설] 떳떳하게 경영권 승계하는 신세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국인 첫 우주인에 도전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보유지분 147만여주를 아들과 딸에게 증여했다. 지분 총액은 시가로 따져 7,000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증여가 마무리될 경우 증여세는 3,500억원으로 기업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지만 이명희 회장도 보유지분을 아들 등에게 증여할 계획이어서 신세계가 납부할 증여세 총액은 무려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증여세 1조원 납부는 재벌가의 증여ㆍ상속세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지금까지의 최대 금액은 교보생명 상속인들이 낸 1,830억원이었다.
신세계 오너의 증여가 관심을 끄는 것은 증여세액도 엄청나려니와 과거 재벌들의 행태와 달리 증여가 법과 원칙에 따라 떳떳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신세계의 이 같은 증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편법승계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기업으로서는 신세계의 이 같은 결정이 당장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대로' 떳떳하게 증여하겠다는 신세계의 용기는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박수를 보내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부의 축적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탈세 등과 같은 편법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과거 개발연대 한정된 자원이 몇몇 기업 등에 집중된 탓도 크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몰라보게 개선됐고, 기업들이 얻은 이익을 사회로 되돌려주는 사회공헌 노력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신세계의 '법대로' 경영권 승계는 온갖 변칙과 편법으로 얼룩진 우리 재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신세계와 같은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 경영권 대물림에 대한 시비가 없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고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겠다.
입력시간 : 2006/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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