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망상일까. 가까운 미래일 수 있다. 최근 정부 정책들을 보면 그렇다. 카지노는 유럽의 산물이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더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아시아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신상'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에서 운용 중인 오픈카지노는 몇 개일까. 오픈카지노는 카지노 가운데 내국인·외국인 모두 입장 가능한 곳을 말한다. 정답은 1개로 한국의 강원랜드다. 그럼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16개로 역시 모두 한국에 있다. 일본·중국에서는 카지노가 불법이다.
한국의 첫 카지노는 지난 1967년 인천에서 시작한 '오림포스호텔 카지노'다. 주한미군과 외국인 관광객이 돈 쓸 곳을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이듬해인 1968년 서울 워커힐호텔 카지노가 오픈했다.
카지노라는 중독성 높은 도박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물론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하지만 경제논리라는 힘이 더 셌다. 한동안 외국인전용 카지노만 있다가 2000년에는 드디어 오픈카지노도 개설됐다. 강원도 정선에 들어선 강원랜드다. 폐광지역을 개발한다는 특별법 아래 내국인 출입을 가능하게 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현재 3군데가 추가로 건설 중이다. 복합리조트 투자유치를 위해 카지노 '미끼'를 던졌고 인천 영종도에 2곳, 제주도에 1곳이 공사 중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복합리조트 2곳 유치를 진행 중이다. 즉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다시 2곳이 늘어난다.
카지노 허가를 계속 내주지만 이는 외국인 전용으로 한정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었다. 도박장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시선도 감안해서다. 하지만 이것이 오픈카지노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돈이 된다는데야. 해양수산부가 지난주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크루즈산업 진흥을 명목으로 국적 크루즈에 오픈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밀었다.
국적 크루즈는 원칙적으로 우리 영토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오픈카지노를 운영하는 셈이다. 강원랜드 같은 특례 요구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카지노 기업의 또 다른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왜 3번째·4번째는 안되는가. 결국 서울에서도 영업할 수 있다. 강원랜드의 매출은 다른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전체와 비슷하다. 오픈카지노의 위력이다.
정부에는 어떤 이익이 있나.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카지노는 총매출의 10%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내야 한다. 법인세 등 제세공과금과는 별도 부담이다. 2014년 이 기금 명목으로 17개 카지노업체가 납부한 돈은 2,386억원이다. 전년 대비 5% 늘었다.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카지노 허가에 매달리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우리나라 전 국토를 도박장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더 이상 카지노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꼭 해야 한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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