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임기를 시작하는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게 삼족오(三足烏)가 새겨진 사무총장 직인이 증정된다. 한국 전각의 대표적 명인 고암 정병례(59)씨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의 의뢰로 작업에 들어간 지 한달 만인 11일 완성한 직육면체의 직인은 가로ㆍ세로 7㎝에 높이 18.5㎝ 크기로 삼족오를 주제로 제작됐다. 밑바닥에는 고개를 들고 힘찬 날갯짓을 하는 삼족오와 이글거리는 태양을 배경으로 'Ban Ki-moon Secretary-General The United Nations(유엔 사무총장 반기문)'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옆면 4곳에는 삼족오와 태양이 양각으로 화려하게 새겨졌다. 또 지름 18㎝ 크기의 인주함 뚜껑에는 2007년 정해(丁亥)년을 맞아 집에 돼지가 들어서는 그림을 새겨넣었다. 마무리 작업을 위해 서울 인사동 작업실에서 며칠간 숙식해가며 일에 몰두한 정씨는 "삼족오가 우리 민족의 상징일 뿐 아니라 비둘기를 대신해 평화를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별한 공을 들이긴 했지만 딸을 시집 보내는 기분까지 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정화 CICI 이사장(한국외대 교수)는 "반 총장이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직인처럼 흔들림 없이 세계평화에 앞장서길 바라는 마음에 선물을 하게 됐다"며 "한국 미술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족오 직인은 내년 1월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제3회 한국 이미지 디딤돌상' 수상식에서 한국 이미지를 제고한 공로로 상을 받는 반 차기 사무총장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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