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최모씨는 암세포만 공격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표적항암제 A를 이용한 치료를 받고 있다. 외국산 신약인 A는 치료 효과가 완벽히 입증되지 않아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최씨 가족들은 매달 500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제약회사가 약값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의 '위험분담제도'가 시행돼 A약이 보험 대상이 되면 최씨의 치료비 부담은 30만원 밑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내년부터 고가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일부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바뀌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고가 의약품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위험분담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위험분담제도는 아직 효능ㆍ효과를 완벽히 입증하지 못한 신약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되 해당 제약회사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없는 고가의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에 한해 해당 제약회사가 위험분담제 적용 신청을 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와 건강보험공단-제약사 협상을 거쳐 보험 대상에 포함시킨다. 위험분담제가 적용되면 환자는 항암제의 경우 전체 비용의 5%, 희귀난치 치료제는 1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지급한다. 이후 제약회사는 신약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들어간 보험비용과 일정 금액을 넘는 보험청구액의 일부를 건보공단에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분담한다.
비슷한 해외 사례로 이탈리아는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를 우선 보험 적용한 뒤 치료 효과를 못 본 환자들의 보험비용을 제약사가 내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은 환자가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를 24개월 이상 투약할 경우 25개월째부터 투약비용을 제약사가 내게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부담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4대 중증 치료 신약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위험분담제 적용이 가능한 신약은 약 20~30개 정도(2010년 이후 출시 기준)이며 내년 이후 각 제약사의 신청과 당국의 평가에 따라 최종 선정 여부가 갈린다.
복지부는 또 보험의약품이 예상보다 많이 팔려 보험재정에 부담을 줄 경우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협상해 약값을 깎는 '사용량-약제 연동제도'의 적용 기준을 바꿔 재정 절감액을 80억원에서 298억원으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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