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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처럼 공무원도 같은 선에서 출발, 능력에 따라 승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급ㆍ9급으로 들어온 사람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기획예산처 예산제도과에서 행정주사(6급)로 근무하다가 8일 발표한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주현(35)씨는 5급ㆍ7급ㆍ9급으로 나누어 채용하는 공무원 시험제도에 부작용이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이번 행정고시에 응시해 합격했지만 급수를 정해놓고 출발선을 달리하는 것보다는 민간기업처럼 한번에 6급 정도로 뽑아 그 중에 능력 있는 직원을 빨리 승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험이 가장 객관적인 방식이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기 때문에 뽑아 놓고 일을 시켜본 뒤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93년에 7급 공무원시험에 합격, 95년에 조달청으로 발령받아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때 이미 행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일이 바빠 공부를 잠시 접었다가 6급으로 승진할 즈음인 99년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굳이 행정고시를 하지 않았어도 내년 이후 5급으로 승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고시합격으로 승진이 크게 당겨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시를 택한 것에 대해 이씨는 “고시로 출발한 사람과 7급으로 출발한 사람이 하는 일이 달라 고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7급ㆍ9급으로 들어온 사람도 능력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격차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출신인 이씨는 “전공을 살려 건설교통부에서 근무하거나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며 일해보고 싶다”면서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관악산 연주암을 다니시며 합격을 빌어주신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촌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는 부인과 99년에 결혼해 두살, 다섯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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