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카드 부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신용카드 업체가 회수를 포기한 상각률이 10%에 육박하고 있으며 JP모건 등 대형 은행의 신용카드 손실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통과된 신용카드 규제법이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디스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 4월 신용카드 상각률은 9.97%에 달했다고 28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무디스가 20년 전 관련 지표를 발표한 이후 최고 치다. 경기 침체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신용카드 상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2010년 1분기 실업률이 10%까지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2분기에는 이 비율이 12%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신용카드 연체율은 소폭 하락했다. 무디스는 4월 신용카드 연체율이 6.34%로 전달(6.40%)보다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신용시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디스는 "고용시장 악화를 감안할 때 올 중반이 후 연체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들은 4분기 만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지만 신용카드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1분기 카드업체가 추심을 포기한 대출 규모는 34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68.9%가 증가했다. 눈덩이처럼 손실이 커지면서 신용카드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워싱턴뮤추얼(와뮤)를 인수한 JP모건은 당시 떠안은 신용카드 대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JP모건은 당시 259억 달러 규모의 와뮤 신용카드 대출을 승계했다.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언론 인터뷰에 "1분기 말 현재 와뮤 신용카드 대출 중 12.6%가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만약 실업률이 두자릿 수로 높아지면 24%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의 신용카드 부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미먼은 1,500억 달러에 이르는 체이스카드 부문의 상각률이 현재 6.9%에서 3분기에는 9%, 올해 말에는 10.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최근 의회를 통과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신용카드 규제법이 시행되면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동안 신용카드 업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수수료 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60일 동안 이자율을 올릴 수 없다. 한편 집값 하락 등으로 전체 미국인들의 신용지수도 하락했다. 최근 미국 신용협회가 발표한 신용지수는 1분기 말 현재 651포인트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6포인트 내렸다. 특히 집값 하락폭이 큰 캘리포니아주는 10포인트, 애리조나는 11포인트가 내렸다. 신용지수는 고객에게 신용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이 지수가 내렸다는 고객의 신용도가 그 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랜스유니언 파이낸셜서비스의 이사인 이즈라 베커는 "소비자들이 경기침체의 고단함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면서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하는 때 신용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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