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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격 단행된 군 대장급 수뇌부 인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첫째는 3사에서 최초로 합참의장이 배출됐다는 점. 대구의 제2작전사령관을 맡은 이순진(61·3사14기) 대장이 예상을 뒤엎고 우리 군의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에 내정됐다. 육사 출신의 전유물 격이던 합참의장 자리는 두 번 연속 비육사가 맡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최윤희 현 합참의장이 해군총장을 지낸 후 발탁됐을 당시에도 '파격 인사'로 평가 받았다. 육사 34기와 동기인 이순진 대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TK(대구경북) 출신이기도 하다. 나이도 가장 많고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두 번째 이변은 공군참모총장 인선. 공군총장으로 임명된 정경두 중장은 공사 30기로 공사 29기 선배인 김정식 공군작전사령관, 박재복 공군사관학교장을 제치고 발탁됐다. 정 중장은 이번에 새로 임명된 3명의 육군 군 사령관(육사 37기)보다 한 기수 낮다. 최차규 현 공군총장의 공관 고가 집기 구매와 관용차 사적 이용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른 점이 중량감보다는 신선하고 흠집 없는 인사를 택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는 육사 37기의 주류가 변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육사 동기생인 37기 그룹은 중장에만 8명이 포진해 세인의 이목을 끌어왔다. 육사 37기 중 3명이 대장 자리에 올랐지만 박 회장과 유달리 친분이 많았던 선두 그룹은 예상을 깨고 보직을 못 얻었다. 1차 진급부터 요직을 꿰찼던 이들은 군사령부의 부사령관 등을 맡고 있어 37기 동기생들이 군사령관을 차고 들어온 이상 옷을 벗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기 그룹 안에서 선두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군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이 같은 파격적 인사를 흐트러진 군심을 다잡으려는 통치권의 의지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기간에, 그것도 국방부 장관이 군사외교를 위해 해외에 나간 동안 대장급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다른 성층권에서 주도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한민구 장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남은 관심사는 후속 인사.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의 폭도 대규모가 확실시된다. 8명의 대장이 새로 보직을 받는 이번 인사에서 7명이 중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한 경우여서 후속 인사의 폭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 임명된 군 수뇌부가 업무를 인수하고 새로운 진영을 갖춘 후인 10월 중순께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속 인사에서는 육사 39기 해당 기수 중 3~5명이 중장으로 승진하고 육사 40기가 처음으로 중장에 오르며 군단장 보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인사 난맥상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며 "후속 인사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다면 군의 결속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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