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28일 '2014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내년부터 사배자 전형을 단계별 전형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고와 자사고ㆍ외국어고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배자 전형은 경제적 배려 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나뉜다. 시교육청은 이를 1순위ㆍ2순위로 구분하는 순위별 방식으로 바꾼 뒤 1순위 대상자만으로 사배자 전형의 정원이 차지 않을 경우 2순위 이하 대상자로 정원을 채우는 단계별 전형을 내년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순위별 대상자의 선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과 같이 현재의 경제적 대상자가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의 구체적인 내용은 교육부가 발표할 개선안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방안이 사실상 기존 전형의 말 바꾸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체 인원의 20%로 규정된 사배자 전형 대상자의 비율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배자 전형의 경우 경제적 대상자만으로 배정된 인원을 채우지 못해 미달사태가 속출했고 결국 다자녀ㆍ한부모 가정 등의 비경제적 대상자가 정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서울시내 32개 자사고와 외고ㆍ국제고 가운데 전체 사배자 정원의 절반 이상을 비경제적 대상자로 채운 학교가 11개에 달했고 21개교는 비경제적 대상자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미달사태를 빚었다. 바뀐 전형에서도 1순위 대상자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지금과 같이 비경제적 대상자가 다수 입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사배자 전형이 부유층의 입학통로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입시 전형과 입학 이후 환경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사배자 전형은 경제적 부분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이렇게 제한할 때 미달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일반 학교에 비해 세 배 이상인 수업료와 방과후 학습비, 체험학습비 등 비용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배려자 전형에 맞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뽑은 뒤 경제적 문제와 관계없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미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대표도 "중요한 것은 (사배자 전형으로 뽑힌 경제적 대상)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 내게 되는 돈 자체를 적게 만드는 것"이라며 "뽑기만 하고 돈을 다 내라고 하는 것은 오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