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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대출 위기 '현실화' 성큼

올들어 차순위 전문대출기관 연체율 3.9%…부실화 확산<br>내년 경착륙 징후땐 금융시장 전체에 큰 충격<br>적자사업 전락 '차순위 대출' 매각·철수 서둘러<br>일각선 "주택시장 바닥…내년부터 회복" 낙관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부동산 열풍을 타고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이 높은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또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게 여의치 않아 대출 금융기관들의 부실도 확산되는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급등이 주택시장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내년 미 주택시장이 경착륙 신호를 보일 경우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대출자는 물론 대출기관, 유동화증권 투자자 등 금융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차순위 금리(subprime) 주택담보대출 연체율(60일 이상)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3.9%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2%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2004~2005년 신용이 불량한 개인들도 신용우대 금리에 4%포인트 추가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대출기관들도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차순위 모기지 대출에 앞다투어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차순위 모기지론 시장은 2001년 1,200억달러에서 지난해 6,250억달러로 4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 규모가 10조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모기지 시장의 6%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UBS증권은 차순위 모기지론 부실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올해만도 8만명의 대출자들이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을 불문하고 무차별 대출에 나섰던 금융기관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차순위 금리대출기관인 ‘옵션원’을 운영하는 H&R블록은 주택담보대출 분야에서 2ㆍ4분기 세전 순손실이 3,900만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세전 4,880만달러의 순익과 대조적이다. H&R블록은 적자사업으로 전락한 옵션원을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며 12개 지점은 이미 문을 닫았다. 키코프도 금리상승과 주택가격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차순위 모기지론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현재 모기지론 사업 부문인 ‘챔피언 모기지’ 매각을 서두르고 있으며 매각 금액은 당초 회사 측이 예상했던 2억5,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1억3,000만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신용평가기관들도 금융기관에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차순위 모기지를 다른 금융상품과 섞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을 헤지펀드와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이들 채권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S&P는 몇 개 차순위 대출기관을 감시 대상 리스트에 올려놓았으며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감시 대상 기업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친 만큼 주택담보대출 위기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날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의 제리 하워드 회장은 “주택시장이 현재 바닥이며 내년부터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낙관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1월 말 “미국 주택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주택판매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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