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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5년 새해 들어 손으로 하는 '악수'를 일절 거부하면서 그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을 맞잡는 악수 대신 반 총장은 팔꿈치를 툭 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반 총장이 인사방식을 바꾼 이유는 그가 최근 에볼라 관련 5개국을 돌아보고 왔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에볼라가 기승을 부린 라이베리아·기니·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과 말리·가나까지 5개국을 모두 둘러봤다.
문제는 이 때문에 반 총장이 에볼라 감염 가능성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미 보건당국이 서아프리카에서 귀국하는 이들에 대해 에볼라 바이러스 잠복기인 21일 동안 '자가 격리'를 권고하는 가운데 반 총장은 격리조치를 수용하는 대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손으로 하는 악수를 피하고 팔꿈치 인사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반 총장은 출장을 마친 뒤 뉴욕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보건·의료 점검을 받았으며 귀국으로부터 21일이 지난 오는 10일까지는 의무적으로 뉴욕 보건당국에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체온과 구토 증상 여부 등을 통보해야 한다.
에볼라 감염 가능성까지 감수한 반 총장의 이번 에볼라 출장은 시작부터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특히 유엔 경호팀은 '에볼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사무총장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서 어떻게 국제사회에 에볼라 통제를 독려할 수 있겠냐"며 아프리카행을 강행했지만 자신을 수행할 유엔 직원들의 안전을 의식해 통상 12명 이상으로 꾸려지는 방문단의 규모는 5명으로 줄였다.
현지에 도착한 반 총장은 에볼라 창궐지역(레드존)과 위험지역(그린존)으로의 진입 금지 권고에도 위험지역까지 들어가 현지 방역 상황을 둘러봤다.
몸을 사리지 않는 반 총장의 행보에 현지는 열띤 반응을 보였다. 현지에서는 반 총장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해당 국가 각료가 전원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는가 하면 일부 각료는 춤까지 추며 반 총장 일행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이달 10일까지 자발적으로 재택근무하는 방안이 제기됐으나 이 경우 전 세계 에볼라 관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정을 감안해 반 총장은 평소대로 업무와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다만 외부 초청행사는 주최 측에 에볼라 관련 사정을 설명하고 초청 의사가 여전한지 물어 참석하고 있다.
이번 일정 이후 반 총장이 입은 가장 큰 타격은 '손녀들과의 관계'다. 연말연시를 맞아 손녀들이 반 총장을 찾아왔지만 반 총장은 손녀들의 안전을 감안해 안아주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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