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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0세기 외식업 주도한 34가지 메뉴

■ 식탁 위의 한국사(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급격한 산업화 속 도시빈민들의 배를 채워준 국밥, 고급 한정식 메뉴의 대명사인 신선로, 막걸리를 중심으로 탁백이국ㆍ순대국ㆍ쏘가리매운탕 등 한잔 술로 당대인을 위로했던 대폿집…

한국학중앙연구소 교수이자 음식인문학자인 저자는 설렁탕ㆍ갈비ㆍ신선로ㆍ빈대떡ㆍ자장면 등 지난 100여년 한국의 근대 외식업을 주도한 34가지 메뉴의 기원과 변화를 세세히 다룬다. 당시 사람들이 왜 그러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 거시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지난 100여년 사이 크게 다섯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고 본다. 먼저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서양ㆍ중국ㆍ일본인이 대거 유입된 1880~1900년대로,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넘어 들어와 한반도의 음식 생산과 소비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1890~1940년대로 조선요리옥과 선술집ㆍ대폿집 등 근대적인 외식공간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조선 음식이 식당 메뉴로 등장하는 시점이다. 세번째 분기점은 한국전쟁 시기로, 남북 인구가 교차 이동하며 지역 토속음식이 빠른 속도로 다른 지역에 전파된다. 또 1960~1980년대에는 급격한 도시화 속에 타지에서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고향 음식이 도시에서 크게 유행한다. 끝으로 1990년대에는 도시화가 끝나가는 단계로 배달음식과 다국적 요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음식에는 그 자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인이 20세기를 한반도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계가 포함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어떤 음식에는 정치적 관계와 경제적 맥락이, 우연히 발명된 음식에도 이를 둘러싼 사회ㆍ문화적 조건이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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