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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사후 첫 북미합의 주목한다

북한과 미국이 우라늄 농축,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과 이를 대가로 한 식량원조에 합의했다. 외교적 긴장을 완화시켜야 할 양국 정치상황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김정은 체제의 조기안정에 도움이 되고 미국으로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란ㆍ아프가니스탄 이외의 갈등전선이 부담스럽다.

어쨌거나 북한이 이번에 수용한 사항은 6자회담 재개조건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이 요구해온 것들이다. 따라서 표류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밝아졌지만 과거의 경험칙은 이번 합의에 전혀 흥분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다. 지난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시작된 북한 핵사태는 2003년부터 중국 주도하에 6자회담 프로세스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회담은 회담, 핵개발은 핵개발'이라는 식이다.

이번 합의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작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 6자회담 내의 합의도 아니고 그 회담의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 입을 맞춘 정도다. 합의 내용에 관해서도 벌써부터 북미 양국의 발표 뉘앙스가 다르다. 언제라도 다시 역진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합의가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북한의 변화와 개방에 대해 일말의 기대라도 가져보려고 한다. 북한이 단지 전술적으로 평화 제스처를 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것은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6자회담 이외에 북한 핵 문제를 다룰 대안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북한을 설득하려면 중국이 움직여야 하는데 바로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6자회담의 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이다. 정부는 북미 합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전개 여하에 따라 여러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우선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내에서 갈렸던 대북정책을 재점검하고 단단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 정권 말기의 선거와 맞물려 대북정책과 한반도의 안보환경 변화가 또 한번 국가적 혼선과 혼란ㆍ내분을 빚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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