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 네팔 경제가 강력한 대지진으로 뿌리째 흔들리게 생겼다. 이번 지진으로 문화재와 유적이 파괴되고 위험지역이라는 인식까지 겹치면서 네팔 경제의 주축인 관광산업 위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27일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의 숙박 등 관광 서비스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80만여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와 불탑 등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네팔을 찾는다. 하지만 지난 25일 발생한 지진으로 수도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다라하라(빔센) 타워가 붕괴되고 두르바르 광장, 부다나트 스투파 등 유명 문화재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또 에베레스트에서도 눈사태로 등산객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고립되면서 네팔을 찾는 관광객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참사 후 네팔 관광의 90%가량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GDP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네팔 경제는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네팔의 지진 피해액이 GDP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며 "손실규모가 10억~100억달러가 될 확률은 34%, 100억~1,000억달러가 될 확률은 29%"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네팔의 2013년 GDP는 196억달러에 불과했다. 지진 피해액이 커질수록 규모가 작고 취약한 네팔 경제는 회복 불가능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네팔 경제는 지진 발생 전부터 좋지 않았다. 지난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네팔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의 5.2%보다 낮은 4.6%로 예측했다. 새 헌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 미약한 몬순(열대성 계절풍)에 따른 쌀과 옥수수 생산 감소가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으로 수도 카트만두의 금융·주식시장은 물론 전기와 도로망까지 마비돼 경제 정상화는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됐다.
각국의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IMF는 네팔에 조사팀을 파견해 재정수요를 조사하고 ADB·세계은행(WB) 등과 협력해 네팔의 빠른 재건을 돕기로 했다. 인근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인도와 중국은 지역 맹주를 자처하며 양국에 끼여 있는 네팔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힘써왔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네팔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하며 발전소와 국수 공장, 육류가공 공장 건립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BBC는 "네팔의 최대 투자국인 중국과 인도의 직접적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중국과 인도는 양국에 끼여 있는 네팔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며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갈수록 급증해 현재 3,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네팔 정부는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작업이 사흘째 진행되고 있지만 산사태로 도로와 통신망이 붕괴돼 구조대원들의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한국인 피해자는 댐 건설 관련 기술자 1명과 여행하던 부부 등 부상자 3명이다. 앞서 AP통신이 에베레스트 인근 베이스캠프에서 한국인 1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했으나 외교부는 구조된 사람 가운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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