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 영화계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호황이다. 올해 10월, 한국 영화는 지난해보다 한 달 반가량 빠르게 관객 수 1억명을 가볍게 돌파했고 전체 영화 관객 수도 사상 처음으로 2억명(12월19일 기준)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반적으로 한국 영화의 약진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영화관객 2억명 시대 앞에서 "과연 다양한 장르와 관객의 다양성을 충족시켰을까"라는 질문에 영화계는 전반적으로 회의적이다. 부가판권 시장의 확장으로 개봉영화가 많아졌지만 다양성 영화를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의 한계와 영화시장 전반의 주체가 유통에 중점을 두다 보니 영화의 질적 수준은 하향 평준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 한 해 한국에서 개봉한 다양성 영화는 696편(12월20일 기준)으로 지난해 544편보다 상영편수가 증가했지만 관객 수는 지난해 406만5,817명에 미치지 못하는 370만40명에 머물렀다. 통계에서 알 수 있듯 영화 관객 2억명 시대에 2%도 채 안 되는 다양성 영화가 차지하는 입지는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작품의 완성도와 감독의 역량이 뒷받침된다면 예술영화의 손익분기점(BEP)이라는 1만명을 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올 한 해 몇몇 작품의 예상외 선전을 제외하곤 기대했던 작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편 1만명 시장인 다양성 영화시장도 부가판권 유통을 기반으로 한 자본이 진입해 공급은 과잉되고 경쟁은 치열한데도 개별 스코어는 저조하고 관객은 줄어드는 현상을 만들게 됐다. 이런 폐해는 기존에 소신 있게 묵묵히 한국의 저예산 독립 영화를 만들어왔던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해외 예술영화 수입배급사에 고스란히 돌아가 더더욱 치열한 전장이 돼버렸다.
문화 선진국이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이 뿌리를 내리는 사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결코 풍요롭고 창조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국민과 창작자, 그리고 우리 정부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다.
/주희 엣나인필름 마케팅 총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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