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 어색합니다. 그래도 제 마지막 공연 모습을 TV에서도 보여주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겠지요."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 신중현(66)씨가 지난 4일 마지막으로 TV 카메라 앞에 섰다. 오는 15일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은퇴 기념 전국 순회 콘서트를 갖는 신씨가 KBS 1TV '콘서트 7080-신중현 스페셜'(29일 방영)편 녹화를 위해 무대에 오른 것. 여러 인터뷰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까지 브라운관에 자주 비췄지만, 막상 무대에서 기타를 잡고 무아지경에 빠진 그의 모습에선 '거장'의 면목이 드러난다. 신씨는 "5060 시대 사람인 내가 7080 프로그램에 나오게 돼 영광"이라는 농담으로 마지막 TV무대에 선 소감을 말했다. "예전에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라 그런지 옛날 집을 찾은 느낌이네요. 은퇴 기념 콘서트도 앞두고 있는데 홍보도 해야죠. 마지막 TV 공연이 언제였는지는 기억도 안 납니다." 그에게 TV무대에는 영광과 한이 교차하는 공간. 요즘이야 노래 깨나 한다는 가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TV 프로그램에 서는 걸 여간해서 꺼려하지만 60~70년대 신중현은 음악 프로그램 PD들의 섭외 1순위였다. 그런 그도 70년대 중반 금지곡 사태를 겪은 후 달라진 TV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80년대 해금된 후 다시 TV에 나갔더니 전부 디스코 아니면 댄스곡이었어요. 내 노래까지도 댄스곡으로 편곡해 버리니 생소해 적응을 못 하겠더군요. 결국 밴드도 해산하고, 이후로는 TV 공연 무대에 나올 기회가 거의 없었죠." 수준 높은 음악엔 한없이 문턱이 높은 TV 무대지만 원망은 없다. 뮤지션인 그에게 정작 무대는 없고 인터뷰 아니면 토크쇼 섭외만 들어왔지만 "대중음악 얘기를 할 만한 역할을 맡는 것만으로 만족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모 아니면 도' 식의 한 가지 장르에만 편중된 국내 TV 음악 프로그램의 현실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세상에 음악이 얼마나 많은데 왜 꼭 하나씩 소개하려고만 할까요? 시대가 흐르며 문화는 점점 다양화되는데 정작 미디어 속 문화는 점점 하나로만 흘러가 있어요." 가장 고마운 건 역시 수많은 후배들이 앞다퉈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주는 것. 어떤 식으로 불러주건 "내 노래가 불리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한다. 그는 "록 음악 자체가 외국 음악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색깔로 내 것을 찾는 수고를 해 줬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뒤를 잇는 후배들에게 당부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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