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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쟁점법안 속도조절론' 확산

4월 재보선·용산참사 후폭풍 우려로 지도부 고민<br>靑 회동후 친박·개혁성향 의원 중심 빠르게 퍼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2월 국회에서는 국민에게 희망의 새싹을 준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종욱기자

쟁점법안의 국회 처리에 대한 '속도조절' 기류가 한나라당 안에서 확산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 "처리시한을 2월로 못박을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키로 합의한 만큼 상임위에서는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 지도부의 4대 고민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4대 고민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당내 계파간 인식 차이 ▦6일 시작되는 장관급 인사청문회 및 '용산 참사' 후폭풍 ▦4월에 치러질 재ㆍ보선에 미치는 영향 ▦민주당 등 야당을 상대할 전략 부재 등이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법,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 등 쟁점법안과 한미FTA 비준안 등을 처리하려던 한나라당의 속도전 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속도조절론' 누가 주장하나?=이 같은 기류는 친박근혜계와 개혁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일 청와대 오찬에서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선(先) 보완 후(後) 처리'라는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온 것. 한나라당내 개혁 성향 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을 주도하는 김성식 의원은 "쟁점 법안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야당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ㆍ원희룡 의원 등 개혁성향 중진들 역시 쟁점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속도조절론' 왜 제기하나?=여권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보다 단독 강행처리에 따른 국민적 반감이다. 4ㆍ29 재ㆍ보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여당의 횡포'로 비쳐지면 재ㆍ보선 참패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대한 민주당 등 야당의 실력저지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일 22년만에 시민단체와 '장외투쟁'까지 나섰던 민주당이 '결사반대'라며 강한 투쟁 의지를 보이고 있어 2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폭력국회'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친박근혜계의 반발도 만만찮은 것도 골치거리다.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 경우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전에 당내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 인사청문회 역풍과 '용산 참사' 이후 수세 분위기 또한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부담 요인이다. 야당이 '용산 참사' 이후 대통령의 사과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인사청문회에서 특정 장관 후보자의 결정적 도덕성 의혹이 드러날 경우 쟁점법안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밀어붙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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