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한 욕심은 역풍을 맞게 마련인가. 세계 각 지역에서 활발한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는 중국이 최근 현지 국가들로부터 퇴짜를 맞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춘 자원대국 호주가 중국의 자원 독점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아프리카 소국들도 중국의 구애를 거부하는 몸짓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1년 새 아프리카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고 부채를 탕감하는 등의 구애 작전을 벌여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 확보에 주력해 왔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지난 1년간 45%나 늘어나 지난해말 기준 1,068억달러에 달했을 정도로 급격한 증가 추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 아프리카 각국의 자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를 서운하게 여긴 아프리카 해당 국가들로부터 심심챦은 반발을 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시도가 최근 잇따라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중국의 중국해양석유공사(시노코)와 중국석유화공공사(시노펙)는 최근 앙골라의 유전개발권 획득에 공을 들였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앙골라의 국영 석유업체인 소낭골이 지난달 10일 "중국 기업들에게 유전 개발권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5년 전 중국이 앙골라에 처음으로 진출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004년 소낭골은 인도 석유기업인 ONGC 대신 시노펙에 유전개발권을 팔았다. 중국의 수출입은행이 앙골라에 20억 달러의 차관을 주기로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두 나라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일었던 것이다. 차관 외에도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투자와 유전개발권을 맞바꾸는 거래가 쌓여 가면서 지난해 상반기 중국 석유 수입의 18%가 앙골라에서 제공됐다. 지난해 앙골라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190만 배럴이었다. 앙골라의 태도가 돌변하자 중국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도 최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의 유전 투자를 가로 막았다. CNPC가 리비아 47구역의 유전 개발권을 가진 베레넥스 에너지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아예 리비아투자공사(LIA)가 베레넥스를 주당 6.63달러에 현금으로 매입해 버린 것이다. 원유 매장량이 21억 배럴에 이르는 47구역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베레넥스는 CNPC가 올 초부터 더 높은 인수가(주당 9.35달러)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리비아 정부의 뜻을 따랐다. 아프리카 각국이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이유는 SOC 건설과 연계된 중국의 은근한 노동시장진출 전략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은 서구의 에너지 기업들과 달리 SOC 건설을 대가로 내건 덕분에 수많은 유전 개발권을 따냈지만, SOC 건설 과정에서 현지인 채용을 최소한으로 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슬람을 채택하고 있는 몇몇 나라들은 중국의 노동시장 진출에 종교적, 민족적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8월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는 이와 관련한 시위까지 발생했다. SOC 건설을 위해 중국인들이 대거 알제리에 입국하자"중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일부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학의 중국연구센터(CCS)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건설사들은 중국인 기술자와 근로자들만 채용하기로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데는 아프리카 내정의 혼란과 각국 정부가 해외 기업 등과의 자원개발 계약을 맺은 후 사후 이행과정을 점검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는 올해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4~2005년 사이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이 유전 개발의 대가로 SOC 건설을 약속했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다"며 나이지리아 정부의 미숙함을 탓했다. 아프리카의 정치ㆍ사회적 미성숙은 이 지역에서 잇권을 둘러싼 암투와 분쟁을 다반사로 일으켜 산전수전 다 겪은 글로벌 투자기업들에게도 험난한 투자처로 통한다. 다국적 석유기업 셸은 나이지리아의 유전개발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부로부터 아직 유전 시추면허를 허가 받지 못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지역의 무장단체들은 이들에게 돈과 사업 철수를 요구하며 번번히 직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안전한 기업 활동을 보장하라는 국제 규약을 준수하기 위해 무장세력에게 돈을 줘 가며 달래고 있지만, 결국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아프리카 원주민 청년들이 찾는 일자리는 해외 기업들을 겨냥한 무장단체들이다. 후진국의 자원 개발을 위한 진출 시도가 얼마나 험난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아프리카 각 국간에 자원 외교는 앞으로 더욱 확대돼 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프리카는 경제 개발을 위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실정이고 현재 경기침체로 주요 선진국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 줄만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위인 2조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달러 약세에 대비해 이를 미국 국채뿐 아니라 다른 자산으로 분산 투자하려는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런던 정경대학의 크리스토퍼 앨든 국제관계학 교수는"최근의 잡음은 수 년 간 급속히 가까워졌던 중국과 아프리카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서로 한껏 높았던 기대치를 낮추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보다 성숙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듯, 아프리카 각국에서는'채취산업 투명성기구(EITI)'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EITI는 석유와 광물 산업 등의 투명한 자금 흐름을 유도하고 자원개발의 결실이 특정 세력에 독식되지 않고 해당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돕기 위한 기구다. 현재 가나, 나이지리아 등을 포함해 세계 30여 국가가 가입돼 있다. EITI 회원국은 어떻게 자원 생산량 및 수익을 산출하는지, 수익이 앞으로의 자원개발에 얼마나 투입되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매년 제출해야 한다. 중국은 아프리카 및 서구 언론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EITI 가입을 미루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EITI 가입률이 높아질수록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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