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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수리수리 마수리'
입력2006-12-25 16:51:12
수정
2006.12.25 16:51:12
‘수리수리 마수리.’
흔히 엉터리 마술사가 주문을 걸거나 장난칠 때 쓰는 이 말은 본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 불교 경전인 천수경에 제일 먼저 나오는 진언이다.
이름하여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스님들이 경전을 독송하기 전 입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외우는 주문이다.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좋은 일이 있겠구나, 대단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지극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아 기쁘다’ 정도로 해석된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신업(身業ㆍ몸으로 짓는 업), 구업(口業ㆍ입으로 짓는 업), 의업(意業ㆍ마음으로 짓는 업) 등 세 가지 업을 범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구업을 가장 큰 죄로 여긴다.
최근 노대통령 발언 정가 파문
구업에는 또 4가지가 있는데 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망어(妄語)ㆍ기어(綺語)가 바로 그것이다.
양설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해 서로를 이간질시키는 말이며, 악구는 욕을 해 남을 성내게 하는 말이다.
또 망어는 남을 속이려는 마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기어는 사기치는 말, 잡스럽고 거친 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쓸데없는 말 등을 통틀어 이른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막말 수준의 발언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올 연말을 화끈하게 장식하고 있다. 늘 그랬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강도가 예사롭지 않아 그 파장이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서는 그 발언의 진의와 배경에 해석이 구구하다.
말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 있다. 따라서 마음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생각이 비뚤어지거나 거칠면 말도 또한 비뚤고 거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로써 그의 인품과 내면 상태를 엿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달변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그러나 문제는 노 대통령의 말은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지만 도대체 믿음이 가지 않고 품위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을 안해서 후회하기보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기 때문에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다. 누구나 일상에서 한번쯤은 경험한 일이다. 따라서 말은 적게 할수록 좋다.
말이 많으면 밑천이 다 드러나 보일 뿐 아니라 영양가 있는 말은 적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쓸 말보다는 못쓸 말을 훨씬 더 많이 해 분란을 야기했던 적이 많다.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은 남을 괴롭히는 언어공해다. 지난 4년간 대통령의 언어공해에 국민들이 시달려왔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옛 선사들은 말과 관련한 많은 경구를 전하면서 이를 경계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입은 화(禍)의 문이므로 반드시 엄하게 지켜야 하고 몸은 재앙의 근본이므로 경솔히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칼에 베인 상처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입에 의해 입은 상처는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다.
그래서 부처님은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 자기를 괴롭히지 않고 남을 해치지 않는 말만을 하라’고 타이르셨다.
웅장하고 절절한 심정의 한마디 말은 엄청난 힘을 갖는다.
노 대통령이 존경하는 링컨 대통령이나 처칠 수상,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 등은 정치사에서 빛나는 말들로 두고두고 인용된다.
국민 사로잡는 감동의 말 돼야
노 대통령이 우리 정치사에 길이길이 빛나는 가슴을 울리는 말을 하지는 못할 망정 적어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하는 발언은 이제 접어야 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지난 시간이 즐겁고 유쾌하다면 반추의 즐거움이 있겠지만 어둡고 칙칙한 것이라면 상처에 소금 뿌린 격으로 또 다른 아픔이 따르게 된다.
2006년 한 해 동안의 한국 사회는 밝고 즐거운 일보다는 우울하고 까칠한 일들이 더 많았던 한 해였다.
부디 새해에는 노 대통령이 말을 하기 전에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정구업진언을 한번쯤 외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을 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의 말들이 노 대통령의 입에서 넘쳐나길 기대하는 것은 너무 사치스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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