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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 출판계 구원투수 될까

중소출판사, 홍보ㆍ제작비 조달 관심…알라딘 80건ㆍ1.7억 모금

끝없는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업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출판사들이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펀딩 과정에서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소액이나마 출판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책 수요를 가늠할 수 있고, 출간 이후 직접 공급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참신하고 유망하지만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획(프로젝트) 또는 아이템이 주요 대상이다. 지난 2011년 미국 상원을 통과한 ‘잡스법’, 즉 중소기업 등의 자금 조달 촉진 법안이 그 본격적인 시작이다. 지난 6월 기준 미국에서는 191개의 크라우드 펀딩 업체가 운영되고 있고, 영국(44곳), 네덜란드(29곳)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가 지난 3월 공식 출범했고, 4월에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80여건 1억7,000만원 모금=이미 자금 모집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알라딘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스페셜 북펀드’다. 알라딘이 미리 원고를 검토해 도서를 선정하고, 독자들에게 원고 일부를 공개하며 1인당 최대 5만원까지 펀드를 진행해왔다.

주로 마케팅 비용이나 판매 채널에서 열세인 중소 출판사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총 80여건 1억7,000여만원을 모금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터넷서점이 나선 것이 참여자들이 실제 결제에 이르기까지 신뢰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또 참여 독자가 도서를 구매할 때 수익율을 두 배로 보장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허영만 화백 같은 유명 저자의 신간(1,200만원 규모)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만~300만원 수준이지만, 알라딘은 독자들의 참여를 통한 홍보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북펀드 담당인 박하영 알라딘 도서팀장은 “펀딩 과정에서 독자에게 중소출판사 신간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해, 사실 책 제작비용 확보보다는 사전 홍보 측면이 강하다”라며 “알라딘으로서는 자체 홍보 및 프로모션 비용도 추가로 들어가, 수익을 생각한다기 보다는 중소 출판사들이 다양한 책을 낼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책 제작비 일부가 아닌 전액을 모으는 1,000만원 규모의 펀딩으로 해외 유명작가의 인문서적을 출간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며 “펀딩 대상 도서를 200~300권 가량 구매해 작은 도서관에 기증하는 ‘작은 출판사, 작은 도서관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물지만 중소출판사 자체 펀딩도=중소출판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북스피어가 대표적인 케이스.

북스피어는 지난해 일본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안주’로 북 펀드를 진행해 5,000만원, 올해는 같은 작가의 ‘그림자 밟기’로 8,000만원을 모금했다. 소설 ‘안주’는 주로 인터넷ㆍ라디오 광고를 통해 책을 홍보했지만, 목표 판매량인 1만5,000부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올해는 투자자나 지인의 차량에 광고를 붙이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현재까지 판매가 순조로워 11월까지 3만부를 넘기면 수익을 배당할 수 있게 된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출판사 설립 이래 꾸준하게 진행된 이벤트와 마케팅을 통해 독자들과의 신뢰가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 모집이 가능했다”며 “공기관이 이를 도와준다면 할 일은 펀딩이나 실제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도모북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웹툰인 ‘노공이산’ 북 펀딩을 통해 2,000만원 이상을 모았고, 다이피아는 고전게임 시리즈 ‘페르시아의 왕자’의 개발자 이야기를 대상으로 펀딩을 추진해 전자책만 1,000부 넘게 판매했다.



한국중소출판협회 회장인 강창용 느낌이있는책 대표는 “아직 출판계에서의 크라우드펀딩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대중문학이나 실용서에 대한 사전홍보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향후 콘서트ㆍ뮤지컬보다 수익성이 높아지고 생산자를 돕는다는 측면까지 더해지면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편화 위해선 공신력 확보ㆍ캠페인 중요= 하지만 경영자 개인의 역량과 네트워크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제2, 제3의 북스피어가 나오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일반화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경영자의 역량과 네트워크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제2, 제3의 북스피어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북스피어는 지속적인 독자 관리를 통해 재참여율이 높다고 하지만, 그렇게 ‘소셜테이너’ 수준의 전문적인 독자관리가 가능한 곳은 극소수다. 재능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가 ?판사를 운영하는 것과 개인적인 열정으로 이끌어가는 곳은 다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정부나 기관 차원의 연결주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크라우드 펀딩 확산을 위해서는 대상 도서에 대해 독자와 출판사 양쪽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중립적이고 신뢰할만한 ‘공신력 장치’가 필요하고, 실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 이를 완화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도서전문 포털 리더스가이드 박옥균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널리 알려진 출판사나 저자의 공신력 없이는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공신력 있는 연결자가 있어야 소형 출판사와 무명 저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독자ㆍ저자ㆍ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가이드라인’ 위원회 같은 것을 정부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민 북스피어 대표도 “중소 출판사가 크라우드 마케팅을 통해 책이 출간한 이후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했을 때, 투자자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정부나 공기관에서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독자 스스로 책을 선택해 출간에 일조했다는 문화적 성취감을 진작시킬 수 있는 캠페인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옥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독자를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개념 전환하는 일”이라며 “어떤 책을 알리고 싶다, 발굴하고 공론화하고 싶다는 문화적 욕구를 실현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나치게 수익성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가면 출판업계가 현재보다 더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와 관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출판사와 유관 기관 등 업계 관련자를 초빙해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포럼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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