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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 경제에서 배우자

국제 투자가 워런 버핏이 최근 한국을 방문, 한국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가상승에 기여했다는 국내 기사를 봤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도 버핏의 한국방문을 대서특필해 한국 경제를 이스라엘인들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버핏의 이번 한국ㆍ중국 방문이 이스라엘 기업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세계 2위의 이스라엘 절삭공구 메이커인 ISCAR는 지난 1998년 대구에 위치한 옛 대한중석공사를 사들인 뒤 투자해 대구텍을 만들었다. 대구텍은 최근 중국 다롄에 새로이 공장을 열었다. 지난해 워런 버핏은 ISCAR 지분 80%를 40억달러에 사들였고 마침 2차 레바논 전쟁이 한창인 때라 이스라엘 경제가 전쟁의 영향을 적게 받는데 도움을 줬다. 이 에피소드는 세계 경제가 얼마나 밀접하게 상호 연관돼 있는지, 또 개인 투자자의 힘이 한 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려운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 경제의 비결은 무엇인가. 선진 기술을 가진 일본과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기술 간격을 좁혀오고 있는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입지를 확보하는데 이스라엘 경제는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이스라엘은 인구 700만명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인접국에 둘러싸여 있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작은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을 주된 시장으로 삼고 무역과 투자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국민총생산의 무역의존도가 88%에 이르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이스라엘 기업은 나스닥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상장돼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석유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유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에는 풍부한 인재가 바로 석유보다 나은 자원이다. 인구 1인당 기준으로 할 경우 세계에서 민간 연구비가 가장 높고 석ㆍ박사 학위 소지가 가장 많으며 유럽에서는 두번째, 미국에서는 세번째로 특허 출원을 하고 있다. 인력 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이를 토대로 한 기술 위주의 경제발전은 이스라엘 산업구조에 잘 반영돼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 분야가 경제 및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 전체의 74%에 이른다. 이런 기술 위주의 산업구조는 불과 1993년 오렌지 수출이 소프트웨어 수출을 훨씬 웃돌았으나 지난해에는 소프트웨어 수출이 88억달러에 이르러 2억~3억달러 수출에 그치는 오렌지를 압도하고 있는 산업구조의 극적인 변화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스닥의 로버트 그리필드 회장은 이스라엘이 실리콘밸리를 제외하고 가장 하이테크 산업이 집중된 나라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높은 교육 투자와 기술 중심의 경제 환경을 바탕으로 세계의 유수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세계적인 연구와 이노베이션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첫 해외 연구센터, 모터롤라가 세계 최대의 연구소, 시스코가 유일한 해외 연구소를 이스라엘에 세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연결된 유태인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기술은 인간이 개발하고 인간이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끈끈한 네트워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스라엘 경제의 강점은 우수한 인력자원을 바탕으로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를 지향하며 이를 위해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의 연구중심지로 거듭 태어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부와 민간이 과학기술의 개발에 혼연일체가 되고 이를 통해 세계화에 따른 험한 경쟁파고를 넘고 있는 것이다. 자원부족, 협소한 시장,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 우수한 인력 등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유사한 경제개발 정책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의 우수한 제조업과 시장개척 능력을 이스라엘의 기술 및 유태인 네트워크와 접목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 매우 유익한 경제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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