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제부총리가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모아 군기를 잡는다 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런 의심이 드는 것은 공공부문 개혁의 청사진조차 없다는 데서 연유한다. 그나마 내놓은 것이라고는 지난 7월의 공공기관합리화 정책이 고작이다. 합리화가 뭔지 명칭부터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업무중복 기관 통폐합 같은 과감한 조치는 애초부터 기대난이다. 정책방향으로 제시된 상시개혁체제 구축이라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신물 나게 들어본 소리가 아닌가. 합리화 정책목표가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실천이라는 데 이르면 개혁의지에도 의구심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 부총리가 공공기관장을 소집하기 전날 정부는 시간제일자리를 공공기관에 강제 할당했다. 이뿐 아니다. 재정고갈에 따른 성장속도 둔화를 상쇄한답시고 내년에 쓸 예산을 미리 당겨 쓰라고 지시했다. 공공기관이 예산을 다 쓰지 못하면 연유를 살펴 내년에 삭감하는 것이 온당하다. 한쪽에서는 지출을 장려하고 다른 편에서는 방만경영을 질책하는 것은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하루 시차를 두고서다. 이래가지고 영이 서겠는가. 정책조율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
견제와 감시는 간섭과 통제와 엄연히 다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방만경영을 수술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관장들을 불러모아 얼차려를 준다고 해서 공공기관들이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믿을 정도로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요란한 군기잡기 쇼가 아니라 소리 없이 강력한 개혁의 실천이다. 뜻도 모를 합리화 정책 역시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