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되면 손님이 늘어날까요?" 23일 국회 인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기자에게 물었다. 이 질문에 일반 국민 중에 한미 FTA가 꼭 필요한 건지, 아니면 문제투성이인지 나름의 판단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많은 이들이 한미 FTA를 '먹고 사는 문제'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정부ㆍ여당은 한미FTA가 당장 국민의 생활에 어떤 이득을 주는지 제대로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정부는 한미 FTA가 되면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줄기차게 설명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수출이 늘었어도 내 생활은 어렵다'는 게 대다수 서민의 생각이다 보니 정부의 설명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자동차를 많이 판들 내 월급이 안 오르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볼멘 소리도 흔히 들린다. 정부가 당장 피해로 다가올 약값 상승 우려를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은 것도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물가도 그렇다. 정부는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낮아진다지만 과거 다른 국가와 FTA를 맺었을 때도 수입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많은 국민은 의문을 품는다. 관세가 떨어져도 중간 상인이 가격을 올리면 그만이니 그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보다 취약한 우리의 서비스 산업이나 중소 상공업 종사자들의 한미 FTA에 대한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배신자'색출에 골몰하는 등 한심한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축산농가와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반대표를 던진 의원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고 있고, 민주당은 협상파 의원이 주최한 출판기념회가 하필 본회의 기습처리 시점이었다며 눈총을 던진다. 국민이 그런 극단적인 이분법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국회는 한미 FTA 후폭풍으로 얼어붙었고 내년 예산안 논의도 잠자고 있다. 한미 FTA 처리가 매듭지어진 지금 정치권이 제 할 도리는 않고, 패싸움만 일삼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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