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단독으로 입수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EU는 미국과의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지원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명에는“주요 (협상) 상대와의 합의를 추진하는데 모든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고 적혀있고 미국이 협상 상대국 목록의 제일 위에 있으며 일본과 캐나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U-미국 FTA) 협상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잡히고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은 있으나 EU 차원에서 힘을 합쳐 이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그동안 미국이 협상이 엎어질 것을 우려해 EU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기에 이번 합의로 협상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EU FTA는 30여년 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농업분야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론이 확산되며 지지부진했다. 이후 양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FTA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협상은 지난 2011년부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특히 유럽 내 주요 수출국인 독일과 영국이 유럽 내 재정위기와 부실은행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득한 것이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두 지역의 자유무역 협상이 손대면 닿을 거리에 왔다”고 말해 양측의 협상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은 상태다. 로이터는 오는 12일 있을 연두교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EU의 FTA 협상 추진 움직임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두교서는 매년 초 미국 대통령이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관련 입법을 의회에 권고하는 정기적인 연설이다.
미국과 EU간 FTA가 체결될 경우 세계 양대 시장이 하나로 통합돼 글로벌 무역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32조 7,000억달러로 전세계 GDP(70조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또한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자유무역 구상도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이달부터 협상이 시작될 수 있으며 협상의 특성 상 진척이 느리겠지만 양측은 내년 말까지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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