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5일 고용노동부에서 관리하는 개인·기업 정보 800만건을 임의로 조회하고 12만건을 불법 유출한 뒤 국가지원금 대상자를 찾아가 지원금 신청 업무를 도와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로 고용노동부 서울 지역 지방관서 5급 공무원 최모(58)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최씨의 딸(29) 등 15명을 같은 혐의로, 최씨를 통해 지원금을 부정하게 받은 업체 대표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용부의 고용정보 시스템에 접속해 국가지원금 수령 자격이 되는 개인·기업 정보 800만건을 조회한 뒤 개인정보 12만8,000여건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빼낸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사원들을 동원해 각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지원금 수령 권한을 위임 받아 지원금을 신청한 뒤 수령액의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정부가 지급한 총 지원금 190억원 가운데 최씨 등이 챙긴 금액은 5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고용정보 시스템에 보관된 개인·기업정보 등을 자유롭게 열람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시스템에 접속해 정보를 빼돌릴 수 있었다. 최씨는 전문 노무사를 고용하는 대기업과 달리 영세기업들이 지원금 신청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가 5년에 걸쳐 수백만건의 정보를 마음대로 조회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동안 해당 부처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가 800만건에 이르는 정보를 조회한 점으로 미뤄 지금까지 확인된 건 외에 유출된 개인정보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 등이 유출한 개인정보는 이번 범행에만 사용했기 때문에 2차 유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유출 피해는 해킹과 같은 고도의 기술보다 정보를 관리하는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고용보험 정보에 접속하려면 본인 아이디가 필요하고 지정된 컴퓨터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등 나름대로 엄격하게 관리했지만 이번 일이 벌어져 당황스럽다"며 "업무처리와 전산 시스템 등 분야에 보완할 점을 살펴보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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