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8년 2월1일 서울 원지동 청계산 기슭에서는 우렁찬 굉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의 태동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움츠려 있던 나라 대한민국은 그렇게 다시 깨어났다. 그리고 2년5개월 후인 1970년 7월7일 반듯한 경부고속도로가 세상에 위용을 드러냈다. 소심했던 나라 대한민국은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대구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에 겨운 눈물을 쏟아냈다. 시주(첫 주행)가 있던 고속도로 현장에서 어떤 이는 고속도로 아스팔트에 뺨을 비비며 감격에 겨워했다. 무엇이 그토록 큰 기쁨을 줬을까. 그것은 아마도 고생 끝에 얻은 결실이어서 그랬으리라.
경부고속도로는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나라 형편이 녹록지 않던지라 순탄할 리가 없었다. 어떤 이들은 "귀중한 돈을 왜 땅에 부어버리느냐"고 했고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에 차도 몇 대 없는데 잘사는 사람들만을 위해 길을 만드는 거냐"고도 했다. 당시 세상의 여론이 그랬다. 먹고 입고 자기조차 편치 않았던 때인지라 당시 돈으로 1㎞를 건설하는 데 1억원씩이나 들어가는 경부고속도로에 달갑지 않은 목소리를 낸 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당시 우리나라에는 고속도로를 건설할 만한 장비도, 기술도 없었다. 게다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이들조차도 고속도로를 건설해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한 이들의 의지는 참으로 대단했다. 가장 알뜰하게, 가장 빨리, 가장 잘할 수 있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의기투합했고 그렇게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대역사는 시작됐다. 그리고 그들은 밤과 낮을 이어 결국에는 대역사를 이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건설된 경부고속도로가 여러 가지 경이로운 기록을 쏟아냈다는 사실이다. 우선 건설 기간을 보면 이틀 만에 1㎞씩을 건설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밤낮없이 초인적으로 강행군했다는 말이다. 공사비를 보면 경부고속도로에는 모두 429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전체 길이가 428㎞이니 1㎞당 1억원 정도만 들인 셈이다. 이 또한 세계 고속도로 건설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길이 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경부고속도로에 피와 땀과 눈물을 바친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자랑스러운 경부고속도로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껏 내달려 오늘날 우리는 4,000㎞가 넘는 고속도로를 보유한 도로교통 선진국이 됐다. 그리고 그 고속도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의 산물을 나르고 문화를 잇는 국가 대동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교훈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더 큰 가르침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이들 개개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그들의 머릿속에는 미래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어떤 삶을 살도록 해야 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가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낸 게지.
힘겹거든, 경부고속도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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