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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구실 안전 확보에 만전을

얼마 전 카이스트에서 실험 중 질산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실험자가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실험실에서의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얼마 전에는 모 타이어 공장 근로자들이 1년여 동안 1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언론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을 보면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사고로 보인다. 화면에서 보이는 공장 내 근로자들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적절한 보호장치 없이 근무하거나 심지어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직접 사용하고 접촉했다. 아직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뭐라고 결론지을 수 없으나 너무도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보다 안전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실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거나 때로는 더한 경우가 있다. 최근 필자는 모 대학 연구실험실과 대학병원을 방문해 안전진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캠퍼스 곳곳은 깨끗하고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캠퍼스의 외형과 달리 연구실에는 약품ㆍ실험기구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통로나 비상출입문에는 실험장비와 물품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실험기구와 뒤섞여 움직이는 연구원들, 뚜껑이 열려 있는 시약병, 휴지통에는 화학약품이나 기름때가 묻어 있는 휴지 등 정말 위험천만 그 자체였다. 위험요소는 이것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청바지나 평소에 입던 옷과 구두, 운동화를 신고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실험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실험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화재현장에서 방화복을 착용하지 않고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처럼 위험에 온몸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작은 불씨나 스파크에 의해 화재가 일어난다면 실험실은 한순간에 재로 변할 수 있다. 또 방치된 유해화학물질에 연구실 종사자들이 장기간 노출된다면 화재ㆍ폭발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안전의식 향상, 그리고 연구실에 있는 물질과 기계ㆍ기구들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연구실 안전을 연구하고 안전의식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거 안전과 실험기구ㆍ물질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을 때의 웃지 못할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 시절 이산화황가스를 이용해 실험할 때 일이다. 실험 중 유독가스가 지독해 가스를 덜 마시고자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실험한 것이다. 방진마스크는 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구로 유독가스를 막는 방독마스크와는 그 기능에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한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된 것이다. 속된 말로 “무식이 사람 잡는다”고 과거 안전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이 전무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열중하다 보면 안전을 간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안전의식 부족으로 인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이에 정부부처인 과학기술부가 우수한 과학기술인을 보호하고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연구실안전환경조성법을 시행, 연구실 안전교육과 안전환경개선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있던 대학, 정부출연 연구소와 연구원들의 안전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연구실과 연구원은 국가의 재산이며 우리의 미래를 받쳐주는 작은 씨앗이기에 연구실과 연구원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다. 하지만 안전문화 확산은 정부가 집중한다고 해도 단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 어떠한 제도나 대책도 그것만으로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실험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기관 책임자와 연구 책임자 및 연구원의 안전의식이 향상돼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최고경영자나 책임자의 관심과 배려 없이는 사고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연구원 스스로 안전의식을 배양하고 안전지식을 올바르게 습득한 후 안전수칙을 준수할 때 연구실 사고는 예방될 수 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접근으로 사회 전반에서 안전의식 생활화와 실천을 통해 안전 불감증을 날려버릴 때 행복하고 발전적인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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