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어느 별에서 왔니…' 최근 10년 사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네 차례 우승을 달성한 FC바르셀로나. 지구에 적수가 없는 리오넬 메시는 '외계인'이라 불리는데 이제 바르셀로나를 '외계에서 온 팀'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바르셀로나는 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끝난 2014-2015 챔스리그 결승에서 유벤투스를 3대1로 이겼다. 4년 만이자 통산 다섯 번째(1992·2006·2009·2011·2015년) 유럽 챔피언 등극. 우승 상금 1,050만유로(약 131억원)를 챙긴 바르셀로나는 여기에 경기 수당, TV 중계권료, 입장 수입 등의 배당금을 더해 약 5,800만유로(730억원)의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1955-1956시즌 시작된 챔스리그의 통산 우승 횟수로는 지난해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가 10회로 1위다.
하지만 21세기인 2001년부터 따지면 바르셀로나가 단연 돋보인다. 2006년을 시작으로 10년 사이 네 번이나 정상에 올라 2회 우승에 그친 레알과 바이에른 뮌헨, AC밀란을 압도한다.
바르셀로나는 또 유럽축구 사상 '트레블'(주요 대회 한 시즌 3관왕)을 2회 이상 달성한 최초의 팀으로 기록됐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스페인 국왕컵을 차례로 제패한 바르셀로나는 챔스리그마저 접수하면서 2008-2009시즌 이후 6년 만에 다시 트레블을 작성했다. 주역은 역시 메시였다. 챔스리그 10골을 포함해 올 시즌 58골을 책임졌다.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MSN)가 122골을 합작하며 역대 가장 치명적인 공격 삼각편대로 자리 잡았는데 그 중심에도 메시가 있었다. '이적생' 수아레스는 25골, 네이마르는 39골을 넣었다.
메시는 결승에서도 팀의 핵심이었다.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1대1이던 후반 23분 수아레스의 결승 골을 사실상 어시스트했다. 메시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상대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겨우 쳐냈고 흘러나온 공을 수아레스가 밀어 넣었다. 전반 4분 이반 라키티치의 선제 골 뒤 후반 10분 알바로 모라타에게 동점 골을 맞았지만 수아레스의 득점으로 앞서 간 바르셀로나는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나온 네이마르의 우승 축포 쐐기 골로 유벤투스의 추격을 떨쳐냈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던 바르셀로나를 한 시즌 만에 무적으로 돌려놓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리더십도 재조명받고 있다. AS로마와 셀타 비고를 한 시즌씩 맡았던 게 1군 감독 경력의 전부인 엔리케는 메시를 미드필드로 내려 플레이메이커로 뛰게 하거나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는 새로운 작전으로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올 초 메시와의 불화설 등으로 마음고생도 겪은 엔리케는 "사람들의 비판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번 시즌 60경기에서 여섯 번 지고 네 번 비겼을 뿐이다. 올 시즌의 바르셀로나는 최근 10년간 유럽 최고의 팀"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챔스리그 득점왕 타이틀은 메시와 네이마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이상 10골)에게 공동으로 돌아갔다. 챔스리그에서 호날두 또는 메시가 아닌 다른 이름이 득점왕에 등장하기는 2006-2007시즌의 카카(당시 AC밀란) 이후 8년 만이다.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2013-2014시즌 15골, 올 시즌 39골(51경기)을 기록한 네이마르는 메시-호날두 양강 구도를 깰 새로운 득점기계로 떠올랐다. 19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세리에A와 코파 이탈리아 동반 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유벤투스의 챔스리그 준우승 횟수는 여섯 차례로 늘었다. 역대 챔스리그 최다 준우승이다.
한편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선거 출마를 시사했던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은 챔스리그 결승을 현장에서 관전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 등을 만난 정 명예 부회장은 트위터에 플라티니 회장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고 "FIFA의 상황과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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