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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산책] 다시 어머니가 되어…
입력2004-09-17 16:25:11
수정
2004.09.17 16:25:11
손숙 연극인
[토요문화산책] 다시 어머니가 되어…
손숙 연극인
손숙 연극인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플 때는 극장을 간다.”
어디에선가 이런 글을 읽으면서 나의 연극을 보러온 모든 관객들이 아픈 영혼을 위로받고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윤택씨의 연극 ‘어머니’가 다시 막을 올렸다. 문화의 불모지 강남에 아름다운 소극장 하나가 문을 연 것이다. COEX 아트홀 소극장 개관 공연으로 시작하는 이 연극에서 나는 다시 어머니가 돼 무대에 섰다.
첫날 첫 공연은 언제나 긴장되고 떨리고, 또 불안하다. 전쟁을 치르듯이 며칠 동안 꼬박 밤샘 연습을 하며 나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갈 만큼 어느 때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
막이 오르기 전에 무대 뒤에서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어렵게 태어난 이 소극장에서 항상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관객들이 가득하기를… 그래서 각박한 세상살이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영혼을 치유받고 건강하게 돌아가기를….’
무사히 첫 공연이 끝났다. 관객이 기립박수를 친다.
일제 말에서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징용에 끌려가 객사를 하고 한국전쟁에서 아이를 잃고, 그 슬픔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남편의 아이가 아닌 첫 사랑의 아이를 낳고 온갖 풍상의 세월을 겪으면서도 집을 지키고 자식을 키우면서 굳건하게 인생을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기립박수다.
이럴 때 배우는 관객을 위해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뜻 깊은 강남의 아름답고 새로운 무대에 처음으로 서게 된 배우는 기쁘다. 특히 인터넷과 벤처 등 디지털 문명을 대변하는 테헤란밸리에 아날로그적인 문화를 대표하는 공연장이 마련된 것이다.
COEX, 그 거대한 건물 한 구석에 오롯이 세워진 아름다운 소극장은 단번에 그 건물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고 그 곳을 드나드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흥청거리는 강남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또 이 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힘든 현실에 쌓여 있는 과제를 잠시 잊고 감성적인 ‘나’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영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의미 있는 문화적인 공간에서 시작하는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임무인 줄 안다. 좋은 공연은 절대로 관객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좋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무대에 설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9-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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