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임직원이 전통시장에서 1일 상인 체험을 했는데 필자는 만두가게에서 만두ㆍ찐빵 등을 팔았다.
가게로 출근하자마자 진열과 포장으로 두어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허리와 다리도 아팠다. 가끔씩 오는 손님들은 살듯 말듯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고객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상인의 입장이 돼보니 소비자의 힘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격도 맛도 상품 진열도 상인이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011년 한해 동안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예산으로 7조5,000억원을 지출했으며 200여개 대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초생활보장예산의 40% 수준인 3조1,000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동참이 없으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품 가격을 상인과 소비자가 함께 결정하듯 사회적 문제도 정부와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골목상권 보호 문제를 보자. 정부는 전통시장에 아케이드 및 주차장 설치, 배달차량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폈다. 기업도 대형마트 의무휴일제에 따라 월 2회 휴무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협조가 없다 보니 성과는 미지수인 것 같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에서 근무하면서 직접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휴무일이라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정책과 기업의 노력이 소비자의 외면 속에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소비자가 일부러 전통시장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전통시장이 보호될 수 있다.
고령자의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해 2011년 2,800억원을 투입했고 기업도 정년 연장 및 고용 안정성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창출된 노인일자리 22만개 중 90%가 정부예산이 투입된 일자리고 월급도 20만원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협조가 없다 보니 노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려면 소비자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노인이 일하는 주유소나 식당을 이용하고 아파트 주민들은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무인경비시스템보다는 노인 경비원을 계속 고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려면 소비자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consumer social responsibility)을 실천해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원한다면 불법 소프트웨어가 아닌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
당장의 편리함도 좋지만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는 미덕을 발휘해보자. 전통시장의 단골손님이 돼보고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를 지켜주자. 소비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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