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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미국 암구호 때문에 한국 전투기 폐물로?

美, 피아식별장치 교체 종용

전투기 폐물 운운 기우지만

교체 안하면 공동작전 지장

비용 수조원 전망에 부담 커

비상 출격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중인 KF-16 전투기. 조종석 앞에 돌출된 부분이 피아식별장치의 질문기다. 미국이 최근 이 장치의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종용해 한국은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사진제공=공군

과연 한국군 전투기는 폐물로 전락할까. 미국이 피아식별장치(IFF)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한국에도 이를 따르라고 종용, 한국공군의 전투기들이 마음놓고 날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바꾸지 않으면 미군과 공동작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이 설정한 업그레이드 시한인 2020년까지 생각하지도 않았던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아식별장치란 말 그대로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장치. 항공기와 대공 미사일 포대, 대공포 등은 필수적으로 관련 장비를 갖춰야 한다. IFF를 장착하면 아군끼리 오인사격을 피할 수 있다. 모드(mod)-1 부터 발전해온 이 장치의 주류는 모드-4이지만 미국은 모드-5로 바꾸고 있다.

문제는 미군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공동작전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그렇다고 준비도, 인식도,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군에 따르면 모드-5로 전환해야 하는 장비는 3,200여개에 이르지만 이들 장비 중에는 아직 모드-4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것도 있다. 군은 모드-1에서 모드-4까지 이르는 장비를 혼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식별장치는 간단한 국가 식별(모드-1)에서 시작해 쌍방향 확인이 가능한 모드-4까지 다양하다.

미국이 굳이 모드-5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 1·2차 걸프전과 아프기니스탄 전쟁을 치루며 아군끼리 오인 사격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미국은 피아식별기의 성능 향상 필요성을 절감하고 모드-4에 GPS(위성수신장치)를 비롯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전군에 보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 공산품은 물론 무기 마저 더 수출할 여력이 떨어진 미국이 ‘기존적으로 암구호’인 IFF 체계를 바꾸려는 것은 경쟁력을 상실한 글로법 기업이 특허괴물로 변모하는 과정과 비숫하다고 지적한다. 암호 체계 하나 바꿔 장사 속을 채우려 든다는 비난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군사 파트너들까지 업그레이드에 응할 경우 미국이 얻는 이익은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제시한 모드-5로 교체하지 않으며 어떻게 될까. 최소한 공동작전의 이점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국군 전투기와 미군 전투기 등의 작전정보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아 공동작전이 타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폐물 전락 운운은 성급하지만 추가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피해액은 얼마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2조~3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군당국은 추정조차 어렵다는 입장일 뿐이다.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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