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뒤집고 15일 전격적으로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달러당 82엔대 만큼을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이번 시장 개입은 6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간 나오토 (菅直人) 내각이 그 동안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데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것에 비춰보면 다소 의외로 볼 수 있다. 그 만큼 사정이 다급했다는 의미다. 또 전날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가 압승을 거두면서 재신임을 받자 시장 개입의 기회로 삼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일본 정부의 조치는 미국 등 주요국과의 공조 개입이 아닌 단독 개입이었던 만큼 단기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2003년과 2004년 단독 개입의 전례를 볼 때 일본 정부의 독자 행동에 따른 환율 안정화 효과는 미미했던 데다 앞으로 엔고 저지를 위해 가장 공조가 절실한 미국으로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미국 오마바 행정부는 연초 수출을 향후 5년간 2배로 늘리겠다고 선포하면서 약 달러 추세를 방관해 왔다. 이에 따라 외환 전문가들은 이번 개입이 엔고 흐름을 바뀌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엔고 상승속도 조절, 즉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 동안 일본 정부의 엔고 1차 방어선이 달러당 82엔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일본 정부도 이점을 인정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환시 개입 직후 긴급 기자 회견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장관이 엔ㆍ달러 환율 저지선을 82엔으로 판단했다"며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로부터 수출에 의지해 회복 중인 경제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엔ㆍ달러 환율이 폭락하자 일본 증시에서는 수출주들이 폭등하면서 니케이225지수가 장중 한때 3%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1차 방어선인 82엔대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엔고 행진이 계속되면 앞으로 추가 실탄을 투입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약달러 흐름을 일본이 단독으로 저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일단 방어선을 친 이상 추가 실탄투입은 불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다 재무 장관도 "앞으로도 외환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개입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과거 일본이 단독으로 직전에 개입했던 2004년 1~3월 동안 무려 14조엔을 투입한 바 있다. 그러나 3개월 동안 천문학적 돈을 쏟고도 그 해 엔화가치는 되레 상승했다. 주요 언론들도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에 따른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일본이 24억~35억달러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엔ㆍ달러화 거래 규모가 5,86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새발의 피'"라고 평가했다. 이날 투입액은 하루 거래량의 0.4~0.5%에 불과하다. 또 WSJ는 "효과적인 개입은 궁극적으로 여러 국가의 공조, 특히 미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의 엔고 저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자국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은 이날 노다 재무 장관이 기자 회견에서 '주요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단독 환시 개입에 따른 다른 나라와의 마찰을 우려하기도 했다. 신문은 "경제계에서 기업 실적 악화를 우려해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정부 내에서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며 "하지만 일본 정부가 엔고 저지를 위해 재차 단독 개입에 나설 경우 해외 각국에서 비판이 제기 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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