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83)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가 미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주당 20만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964년 버핏 회장이 버크셔해서웨이 대주주가 됐을 때 주당 19달러이던 주가가 50년 만에 무려 1만680배나 뛰는 등 숱한 진기록도 양산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의 'A주'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보다 1.62% 오른 주당 20만2,850달러(약 2억700만원)에 마감했다. 2006년 10월 10만달러에 올라선 지 7년 10개월 만에 미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20만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두 번째로 가격이 높은 시보드의 주당 2,900달러보다 6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A주'의 발행물량은 85만6,000주며 지난 3개월간 일 평균 거래량은 257주에 불과하다.
주가 20만달러 돌파는 장기 가치 투자를 고집해온 버핏의 철학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초단타 매매 등 월가의 급변하는 투자 문화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지난 50년간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장기간 묻어두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주당 가격이 높아졌을 때 일반인들도 쉽게 살 수 있도록 애플·월마트 등 미 대형 기업들이 선호하는 액면분할도 기피하고 있다. 단기 이익을 노린 투기적 매매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그는 공개적으로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사서 빠른 시일 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버핏은 주주들의 배당 지급이나 주식 재매입 요구도 거절해왔다. 다만 그는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살 수 있도록 'B주'를 1996년부터 발행해왔다. 이 주식은 주당 의결권이 'A주'의 0.01%에 불과하고 현재 주당 13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버핏은 우직한 투자 전략을 내세워 미 증시에서 전무후무한 이정표를 세웠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시가총액은 3,330억달러로 미 상장사 가운데 다섯 번째에 이른다. 올 2·4분기에는 64억달러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 44년간 버크셔해서웨이의 5년 평균 수익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수익률을 43년간이나 앞질렀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투자가들에게 돌려줬다. 1964년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 대주주에 올라설 당시 주가가 19달러 때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평가액은 1,068만달러에 이른다. 주가가 6,700달러이던 1990년 8월에 투자했더라도 30배가량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에 걸맞게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 그는 세계 세 번째 부자로 보유 재산이 633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가나와 캄보디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또 월가에서 대다수가 은퇴할 시점인 50세 이후에 재산의 99%인 627억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지난해에도 하루 370만달러, 연간 127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장기 투자의 장점이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휘한 것이다. 버핏은 '재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공개 서약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기부왕이기도 하다. 지난달에도 28억달러어치의 주식을 5개 자산 재단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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